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9월의 말씀

하느님께서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고 확언하십니다. 구약 성경의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시는 말씀일까요? 이 구절만 따로 떼어 놓으니 선뜻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읽는 짙고 어둡고 무거운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의 시작입니다(이사 52,13-53,12). 온 우주와 함께 하느님께서는 침묵으로 숨으시고, 우리 주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지는 그 순간, 인간의 미움과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8월의 말씀

날, 어느 숲에 원숭이와 여우와 토끼가 살고 있었답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잘난 체하는 일 없이, 소외시키지 않고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살았기에 그들의 의로운 다정함이 하늘에 계신 숲의 주인이신 임금께 닿았지요. 임금은 나그네 모습으로 땅에 내려와 그들이 사는 숲을 방문하였습니다.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는 험한 여정이었기에 나그네는 그만 지쳐 버렸습니다. 나그네를 만난 여우는 꾀를 부려 개울에서 물고기를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7월의 말씀

스”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고양이 줄스는 “온 세상을 다 안아 주면 더 좋은 세상이 될까?”라는 기특한 희망을 품고 길을 떠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새와 물고기와 꽃들을 안아 주지요. 낯선 땅에 입을 맞추고, 306번째 안아 줄 친구 후무후무 물고기를 만난 후에는 북극으로 갔습니다. 오직 차갑고 두꺼운 얼음뿐인 그곳은 텅 비어있네요. 갑자기 춥고 외로워 막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6월의 말씀

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을 때,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루카 23,48) 라고 전합니다. 그 후 그 군중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도행전에서는 베드로 사도의 오순절 설교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였다.”(사도 2,37). 그들은 베드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구약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5월의 말씀

의 산과 들에 출렁거리는 초록의 생명은 “기뻐하고 춤추며 주님께 나아가세!”라며 우리를 재촉합니다. 아이처럼 “주님 앞에서 온 힘을 다하여 뛰며 춤추던 다윗”(2사무 6,1-23 참조)이 생각납니다. 어떤 이는 임금의 체통도 없이 천박하게 군다고 업신여기기도 하였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춤은 “진실한 예배자”(요한 4,23)의 몸짓이었습니다. 미드라쉬 전통에서는 “아담은 이미 어른”으로 창조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만약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4월의 말씀

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1코린 2,9) 두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본 적도 들은 적도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겠지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보물을 숨겨두셨다면(마태 13,44)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는 “오직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3월의 말씀

늘아, 들어라! 땅아, 귀를 기울여라.”(이사 1,2). 자식들에게서 버림받은 아버지의 슬픔, 하느님 아버지의 상처 입은 사랑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간청하며 예언서의 첫 장을 여는 이사야는 하느님의 꿈을 전합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2월의 말씀

의 평일 미사에서는 마르코가 전하는 복음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청맹과니 같은 제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민낯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에서 “이웃”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제자들과 함께 우리를 다그칩니다. “너희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17-21). 보는 눈과 듣는 귀를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1월의 말씀

느님께서는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시려고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하늘을 보여 주시며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주님을 믿었습니다(창세 15,5-6). 고통의 의인 욥에게도 “아침 별들이 함께 환성을 지를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 너는 별자리들을 제시간에 이끌어 낼 수 있느냐?” 고 물으십니다. 욥은 고백하지요. “주님,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으시고 불가능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1년 12월의 말씀

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어둠 속을 걷던 이들이 큰 빛을 보고,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영원에서부터 “한 아기”는 가장 가까운 하느님 품 안에 계셨고, 세상을 만드실 적에도 함께 곁에 계셨으니 그분이 하시는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을 다 아십니다. 한처음,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당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