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8월의 말씀

주님의 이름은
‘질투하는 이’

날, 어느 숲에 원숭이와 여우와 토끼가 살고 있었답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잘난 체하는 일 없이, 소외시키지 않고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살았기에 그들의 의로운 다정함이 하늘에 계신 숲의 주인이신 임금께 닿았지요. 임금은 나그네 모습으로 땅에 내려와 그들이 사는 숲을 방문하였습니다.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는 험한 여정이었기에 나그네는 그만 지쳐 버렸습니다. 나그네를 만난 여우는 꾀를 부려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재주 좋은 원숭이는 키 큰 나무 위에 올라가 맛있는 과일을 따서 대접하였답니다. 그런데 토끼는 아무것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굶주림과 피로에 지친 나그네의 모습을 보고는 몹시 마음이 아파 결심을 했습니다. 원숭이에게 나무를 꺾어 달라 하고, 여우에게는 그 나무에 불을 붙여 달라고 청한 토끼는 나그네에게 “저를 잡수세요.”라는 말을 하며 껑충 뛰어 불 속으로 제 몸을 던졌습니다. 임금이신 나그네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셋은 착하고 충실하구나.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서 토끼의 사랑은 정말로 아름답고 숭고한 희생이다.” 임금은 죽은 토끼를 품에 안고 하늘에 올라가 달(月)에 묻었답니다. 원숭이와 여우는 밝고 환한 둥근 달이 숲을 비추면 친구인 토끼를 만날 수 있었지요. ‘달과 토끼’라는 이야기입니다.

토끼처럼 “자기 자신”을 통째로 주인에게 돌려드린 아름다운 사람을 성경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르코와 루카는 그 사람을 “가난한 과부”(마르12,41;루카21,1-4)라고 전합니다. 어느 날 성전의 헌금함에 렙톤 두 닢을 넣는 그녀를 보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분명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주변의 부자와 제자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잘 들어라. 이 사람은 가지고 있던 모든 생활비, 자신의 생명을 넣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시고 들으시는지 알려 주시며 깨닫게 하십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성전에 나오신 바로 그 날만 그렇게 했을까요? 어쩌면 가난한 과부는 항상 자신이 가진 전부를 주님께 돌려드리며 사는 것이 몸에 익은 습관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부자보다도(루카12,16-21) 더 많은 예물을 봉헌하였기에 그녀는 영원히 넉넉한(1열왕17,8-16 참조) 부자입니다. 자신의 가난과 과부의 처지를 그대로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의탁한 그녀에게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라고 축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전부”를 원하십니다. “들어라!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나를 사랑해다오.”(신명 6,4-5 참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서 “힘을 다하여”라고 덧붙이십니다. 그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질투하는 사랑”입니다(탈출34,14;신명4,24). 이 사랑 때문에 “나는 너희의 하느님, 너희는 나의 백성이다.”는 계약을 맺으시어 당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시지만 …… 늘 배반당하셨지요. 인간은 하느님보다 이성을 신뢰하며, 하느님을 밀쳐놓고 얻은 명예와 재물을 믿고 그 땅 위에 제대로 서 있다고 착각하지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통하여 이웃의 소리를 통하여 피조물을 통하여 거듭거듭 경고하십니다. “땅이 마구 부서진다. 땅이 마구 갈라진다. 땅이 마구 흔들린다.”(이사24,19). 설마 땅이?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났었고 일어납니다. “멸망을 통한 구원‘은 오래전 이스라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 결국은 부서지고 갈라지고 찢긴 마음으로 “우리의 도움은 어디서 올런가?” 가슴을 치며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할 때가 있지요. 기도마저 희미해질 때, 처절하고 어둡고 비참한 바닥의 침묵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빛이시고 생명이신 당신께서 죽음과도 같은 우리의 죄악과 어둠의 병고를 짊어지고 계셨군요. 사랑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태워버리는 불속에 던지신 분은 주인이신 하느님이시군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됩니다. 어쩌면 영원하시고 무한하신 하느님 편에서 우리 인간은 ‘하루살이’만큼 작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날개가 없으니 그보다 더 못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저의 주인이시니 “마음을 드높이” 온 힘을 다하여 당신께 다가가 감사와 찬미의 제물을 바치리이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영원에서 영원까지 찬미하는 천사들과 모든 성인들과 함께 노래하리이다. 주님께서는 갈라지고 찢긴 우리 마음의 틈새에서 당신 약속의 꽃을 피우실 것입니다.

지거 퀘더 /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움트리라(이사 1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