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7월의 말씀

소년이 상처 입은 천사를 들것에 태워 가는 장면. 핀란드 화가 휴고 심베르그가 1903년 무슨 뜻을 품고 이 그림을 그렸든, 이 단순한 그림만큼 이 시대를 잘 묘사해 주는 그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기괴한 종말론적 모습도 죽음과 절망을 감지하게 하는 상징도 없습니다. 천사는 다친 눈에 붕대를 감고 날개가 살짝 꺾이고 피가 얼핏 보이긴 해도 하얗고 순수한 모습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6월의 말씀

금에야 가장 인기 있는 미술작품이 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한 점에 수십, 수백억을 호가하지만, 이들이 막 태동하던 시기에는 그림을 사실적이고 실제처럼 그릴수록 평가받는 것이 흐름이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그림그리기에 서툰 화가들의 졸작으로 평가절하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결코 좌절을 몰랐던 인상파라 불리는 화가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아주 건너 뛰어버립니다.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5월의 말씀

사랑스러운 그림입니다. 파울라 모더존이라는 화가의 그림으로 저렇게 단순한 붓질로 내면의 생생한 생동감을 전해주는데 이끌렸습니다. 자신의 누드를 그린 최초의 여성화가인데, 귀엽게 그린 꽃 두 송이도 입을 벌려 노래라도 할 듯 생동감이 넘칩니다. 처음 이 그림을 만났을 때 현존하는 이 시대 화가의 그림이려니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가 인상파 화가들과 동시대 사람인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고 그래서 더 끌렸습니다.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4월의 말씀

얼굴은 부활의 얼굴이다.”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저를 고요히 한 방 치며 들어온 소리입니다. 저의 신앙의 여정 안에서 부활의 얼굴은 참 그리운 바로 그만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림에서도 사진에서도 실물 인간에게서도 만날 수 없었지요. 그리고 물론 저 자신 안에서도 …. 가장 종교적인 그림이라는 이콘에서조차 저는 부활의 얼굴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서도 볼 수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3월의 말씀

월용 작가의 그림 “어머니”입니다. 그림이 풍기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한참 동안 시선이 못박힌 채 머물렀지요. 처음 들어보는 화가라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이런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이 러시아 눈 덮힌 벌판처럼 망망하게 제 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분단, 전쟁, 이념대립, 공산주의, 혁명, 세계 대전, 냉전을 꿰뚫는 삶을 통과했습니다. 그의 개인의 삶을 보면 조부 대에 연해주로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2월의 말씀

락한 천사라는 이름의 이 그림은 보는 순간 저 눈빛이 사람을 잡아당깁니다. 이 천사의 이름은 루치펠이며, 창조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창조물이었다 합니다. 그런데 “루치펠, Lucifer 빛을 나르는 자”라는 이름이 악마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무슨 일일까요? 가장 아름답던 그는 밀턴의 실락원 구절 그대로 “천국에서 섬기느니 지옥에서 다스리겠다.”, “내 마음이 곧 지옥이로다. 나 자신이 지옥이니 ….”한 그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6년 1월의 말씀

그림은 참 아름답고 장대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동화처럼 쉬우면서도 우주보다 심오하게 샤갈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의 그림은 일단 아름답고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스토리 이전에 이미 색깔로 먼저 사람을 끌어당기고, 동화같은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의 그림은 동화 같은 분위기이면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신비로 가득하여 얼핏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가지 코드만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5년 12월의 말씀

재형 화백의 자신을 태워 피워올린 그림 하나 성탄에 나눕니다. 6-70년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참 정겨운 장면입니다. 저 불 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던 고등어, 갈치가 떠오르고요, 연탄 위에 자갈을 올리고 간식으로 마른 오징어나 밤을 구울 때면 아이들의 입에서 침이 돌곤 했지요. 그러나 연탄에 대해서는 이런 따뜻한 추억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5년 11월의 말씀

시대는 슬픔을 공감하는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소위 “극우 매체”가 “오뎅”이라는 말을 쓴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소름끼치는 전율, 슬픔, 분노가 섞인 감정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덮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그 깊이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들 아는 이야기 중에 ‘밥이 없으면 케이크를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5년 10월의 말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남의 일인데도 슬며시 부아가 치밀어 올라 저 중년 남성의 정강이를 한 번 걷어차주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일상 안에서도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일상의 삶이 참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 자신 하나도 추스르기 쉽지 않지만 남의 일이 되면 문제는 더 꼬이는데, 이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남의 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