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11월의 말씀

 속주의와 불신앙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19세기 프랑스에 루오 같은 종교화가가 태어난 것은 참 경이로운 일입니다. 실존주의 허무가 깊이 침잠하고 있던 한복판에 그의 섬광과 같은 종교체험이 깃든 작품들은 사람들에게도 경이로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는 참된 신적 체험이 깃들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슬프고 가혹한 모습을 루오만큼 명확하게 본 화가도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는 비관주의의 그림자조차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10월의 말씀

 인을 하고 나면 당연히 잔치 자리가 이어집니다. 요즘에야 다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깔끔하게 헤어지지만 예전에는 며칠에 걸쳐 치르는 온마을 잔치였습니다. 거지들도 이때만은 배부르게 한상 받고 아이들 손에도 맛있는 것이 떨어지지 않는 며칠이 이어집니다. 혼인이 당사자들을 맺어주는 예식이라면 그 다음 이어지는 잔치는 결혼으로 맺어지는 부부가 속하는 집안, 마을 전체가 함께 나누는 하나됨의 자리입니다. 그 마을에 있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9월의 말씀

   상은 빛과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빛은 사람의 얼어버린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고, 생동하는 열정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하느님의 현존과 하느님의 실재적 능력이 펄펄 살아 뜁니다. 하느님은 사람과 생동하는 관계를 맺기를 원하시어 당신의 발가락 하나만큼도 되지 않을 좁디좁은 세상으로 내려오시고, 그보다 더 좁은 사람의 마음 안에서 살아있는 열정으로 가득히 현존하십니다.무슨 꿈같은 소리, 꿈 중에서도 귀신 씨나락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8월의 말씀

억의 빈자리가 생겨난 공동체, 숨구멍이 있는 공동체, 화해의 삶을 살아가려는 이가 많은 공동체, 화해가 어려워도 끝까지 그 길을 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가 많은 공동체 !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이런 공동체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자유는 화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과 화해하지 못해 자신에 묶여있고, 가족과 화해하지 못해 가족에 묶여있고, 이웃과 화해하지 못해 이웃에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7월의 말씀

자가를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체험한 후에야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화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화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화해하려는 몸짓을 시작하는 순간, 이미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입니다. 인간의 자기중심성은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흐름에 역행하는 쪽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역행하는 두 흐름이 부딪칠 경우, 그곳에는 별들의 전쟁의 우주쇼가 벌어지기도 하며,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6월의 말씀

공동체 역사의 가장 정점이 되는 자리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십자가의 자리입니다. 공동체가 외적 성장을 잘 이루어 사람은 넘쳐나고 영적, 학문적으로 공헌을 하는 그런 기회가 부여되는 순간이 공동체의 정점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정점은 그 가장 아픈 자리, 약한 자리에서 십자가의 사랑이 확고히 설 때입니다. 아무리 외적으로 풍요로움이 넘치는 공동체일지라도 그 역사 안에 약함이 드러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은 […]

믿음 하나로

 믿음 하나로 믿음 하나로유일한 생명의환하고 따뜻한 불 켜집니다.믿음 사라지면환하고 따뜻한 생명의 장막한순간 와해되고 맙니다누군가를 믿고 신뢰하면그 사람 안에유일한 생명의 등불 켜는 것이지요누군가를 불신하고 의심하면두려움에 떠는 사람 하나어둠의 구렁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랍니다믿음 하나로

고요는

 고요는 고요는정지가 아니라흐름고요는멈춤이 아니라샘솟음고요에 몸을 맡기자고요가 이끄는 대로 흐르자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5월의 말씀

한 개인의 역사는 기억의 자리입니다. 무엇이 그의 기억을 형성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한 공동체의 역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출발의 기억이요, 자신의 기원에 대해 선배들로부터 전달받은 공동의 기억일 것입니다. 이 기억은 또한 연결된 모든 것들과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부모, 자매, 친지는 물론 가까운 모든 이들, […]

미소는

 미소는 미소는부드러운 침묵이봄 햇살처럼 흐르는 얼굴이다.미소는섬세한 위로가들꽃처럼 피어나는 얼굴이다.미소는따뜻한 신뢰가노을처럼 번져가는 얼굴이다.미소는소박한 고마움이눈송이처럼 내려앉는 얼굴이다.미소는자기와 다투지 않는치유 받은 영혼의 얼굴이다.미소는사랑스러움을 먼저 보시는친절하신 하느님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