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11월의 말씀

을 돌려버리고 싶은 그림이지요. 아름답고 좋은 것들로 가득 찬 이 삶이 영원하리라는 사실에 금이 가고 있는 오늘에, 눈 돌리고 싶어도 그리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림 하나 만났습니다. 16세기 괴짜 화가 피터 브뢰헬의 “죽음의 승리”입니다. 단 1% 치사율의 코로나로 전세계가 3년 동안 벌벌 떨고 있습니다. 그 놀라운 방역체계와 마스크, 격리병동, 가는 곳마다 비치된 손소독제를 지니고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10월의 말씀

늘과 땅 사이 그러니까 제목이 하늘과 땅 사이라는데, 뭐 제목에 이의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얼핏 본 그림과 제목 사이 무슨 연관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예수님의 최후만찬 장면인데,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좀 아득했습니다. 실제 그림이 제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니 인터넷에서 찾아내어 확대를 해본 순간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림의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9월의 말씀

무더위와 장마를 지낸 우리에게 좀 신선한 기운을 불어 넣어줄 그런 그림을 찾다 만났는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림입니다. 60, 7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분위기의 그림으로, 그리움이 훅 밀려오게 합니다. 도시의 놀이터는 물론이요 시골에 가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옛날 그 시절의 모습이 되어버린 장면입니다. 인공으로 꾸며져 돈을 내고 들어가는 놀이방이 있고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8월의 말씀

그림을 만나는 데는 의외로 현실 안의 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그림을 처음 만났을 때 제게는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과 같은 원시주의적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화가의 걸어온 걸음으로 볼 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또 딱 그대로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데는 눈 수술 후 보이는 것이 편치 않게 된 제 눈 덕분이었지요. 제목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7월의 말씀

그림을 보는 순간, 여러 버전의 메두사 그림이 떠올랐고, 그리스 신화 안에서 가장 여러 가지 설이 많아 그 유래가 확실하지 않은 것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머리카락이 꿈틀거리며 뒤엉킨 뱀으로 이루어진 여인입니다. 사실 심장 약한 사람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해질 법한 그런 모습이지만, 이렇게 저주 받기 전에는 굉장한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6월의 말씀

크의 그림은 일견 섬찟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왠지 친숙한 느낌을 주는 기묘한 매력을 뿜습니다. 결코 아름답다 할 수 없는 그의 그림들이 현대인들을 묘하게 잡아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법 합니다. 그의 그림들에는 한결같이 두려움, 공포, 불안이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삶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운 이들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어머니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5월의 말씀

노레 도미에, 이 화가의 일생 이야기만 해도 이번 달 소식지 난은 꽉 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 접하는 것으로 만족할까 합니다. 하나는 그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식이 아주 날카로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초기에 풍자 만화로 유명하여, 왕이 백성을 먹고 배설하는 장면으로 감옥과 정신 병원 유폐까지 당하였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세상 권력의 비뚤어짐과 그로 인해 희생되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4월의 말씀

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분위기도 다르고 고흐 그림 속에서는 가족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먹는 모습인데 반해 리버만은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뿐만 아니라 고흐는 식탁 위에 석유등을 밝히고 있고, 리버만은 실내에는 어떤 조명도 없이 입구 문을 활짝 열어 놓아 그곳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3월의 말씀

기는 분명 아긴데 심통이 단단히 난 채 잠이 들었나봅니다. 볼록한 배가 아기 특유의 모양새를 보여주지만 심통 난 얼굴은 어찌 보면 어른의 얼굴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심통 난 아기만으로 화면을 꽉 채운 그림에서 아기만 환하고 주변은 검게 그려 카라바죠 특유의 빛과 어둠이 유독 두드러지는 그림입니다. 아기에게서 눈을 돌려 화면의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이게 웬일입니까. 힘없이 축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2월의 말씀

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너희에게 강복하겠다.”(탈출 20,24). 주도권을 갖고 계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드리는 곳에는 지체하지 않고 우리 곁으로 오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두렵지만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말씀인지요. 하늘에 계신 분께서 땅에 있는 우리에게 오신답니다. 두렵다는 것은 진노하시고 벌하시는 모습과 함께(시편 18,8-9) 시나이 산의 우렛소리와 번개, 짙은 구름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