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6월의 말씀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을 때,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루카 23,48) 라고 전합니다. 그 후 그 군중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도행전에서는 베드로 사도의 오순절 설교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였다.”(사도 2,37). 그들은 베드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구약 성경을 읽으면 놀라운 하느님의 자비, 분노, 질투를 만나게 되지요. 또한 “참 불쌍하시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배신하는 아내에 대해서도 한결같은 사랑을 베푸는 남편, 자식이 배반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변치 않는 사랑을 베푸는 부모이신 하느님을 전하는 호세아서를 읽으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스라엘을 “아이”라고 부르시며 그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팔로 안아주고, 먹여 주고, 병을 고쳐 주었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부를수록 이스라엘은 그분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잊어버리세요. 없던 자식으로 여기세요. 언젠가는 돌아오겠지요” 사람들은 이런 말로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 마음의 신비는 다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우리 가운데 계신 거룩한 분이시기에, “내가 어찌 너를 내버리겠느냐?”라고 하시며 당신께서 마음을 돌이키십니다. “나는 나의 정의를 뒤집어엎었다.”(호세 11,8 참조)라고 선언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자비가 정의를 이깁니다.

전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드시어 사랑해 주십니다. 인간의 생각, 인간의 사랑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고 오히려 한없이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바로 이 어리석은 사랑과 용서 때문에 자식인 이스라엘은 회개하였습니다. 회개를 하였기 때문에 용서받은 것이 아니지요.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그들이 바쳐야 하는 기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죄악은 모두 없애 주시고 좋은 것은 받아 주십시오.”(호세 14,3). 다시 본문을 찬찬히 읽어 보면, 그들이 주님께서 가르쳐 준 기도를 바쳤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즉시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호세 14,5)고 선포하십니다. 그분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분노를 사랑으로 바꾸시어 용서하시고 우리를 회개로 이끄십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라고 요나가 외치자(요나 4장) 니네베 사람들은 바로 자루옷을 입고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임금도 “하느님께서 다시 마음을 돌리시고 그 타오르는 분노를 거두실지 누가 아느냐?”라고 말하며 잿더미 위에 앉았습니다. 그들은 “마음을 돌리시는 하느님”을 요나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얼굴을 피하여 거듭 도망가는 요나를 죽음과도 같은 물고기 배 속에서 건져 주신 하느님의 크신 자비! 요나는 “마음을 돌이키시어 동정하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베드로는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배반의 죄와 우리의 악을 당신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셨습니다. 죄에서는 죽은 내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의 병은 나았습니다. 잠시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이제는 우리 영혼의 목자이시며 보호자이신 그분께 돌아왔습니다.”(1베드 2,24-25 참조). 군중이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베드로는 “회개하십시오, 용서받으십시오.”라고 간곡하게 이야기합니다. 베드로는 그들에게 “마음을 돌이키시고 용서하시는 주님”의 살아 있는 증인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함의 바닥에 닿았을 때, 이제는 정말 주님께 얼굴을 들 수도 없다고 여겼을 때, 자신의 배반 때문에 주님과의 관계가 깨지는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사람을 바라보십니다. “주님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셨다.”(루카 22,61)라고 루카는 말합니다. 그저 바라보시는 주님께서는 또한 당신의 말씀을 기억하게 하여 주십니다. “시몬아, 시몬아!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아버지와 하나이신 성자 예수님께서도 우리 때문에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릅니다. 베드로도 울었습니다. 죄를 감추지 않는 그의 눈물은 예수 성심의 바다에 닿았습니다. 우리의 힘을 북돋아 주는 성 베드로 사도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희를 당신께로 되돌리소서. 돌아가리이다. 당신께서 빛을 비추시면 함께 춤추고, 당신 영을 보내시면 함께 노래하리이다.”

El Greco (1541-1614) / 눈물 흘리는 성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