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1월의 말씀

  해, 우리 주님의 흘러넘치는 축복과 사랑이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저희도, 여전히 계속되는 시간경 기도이지만 온 마음, 온 정신을 다시 여미어 찬미, 감사, 탄원의 시편기도가 주님께 올리는 “새로운 노래”이기를 소망합니다. 아직 춥고 어두운 겨울, 따스함과 넉넉함이 경계와 변두리의 구석구석에 아낌없이 나누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곁에서 이해받기를, 돌보아주기를, 기억해주기를 기다리며 이웃으로 계시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몰렘을 떠나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12월의 말씀

  출 길 없는 갈망, 깊은 그리움으로 찾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습니다. 아픈 이들은 건강을, 약한 이들은 용기를, 가난한 이들은 부를, 어둠에 갇힌 이들은 빛을 기다리며 찾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영원을 얻고자 합니다. 그러나 “무엇”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큰 다른 갈망과 필요가 생깁니다. 사람은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11월의 말씀

  월, 전례력으로는 2018년 나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날수 셀 줄 아는 슬기로움”을 얻고자 했던 시편 예언자의 갈망이 예사롭지 않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사랑을 나누어야 할 얼굴들, 감사의 인사를 미처 다 하지 못한 일들, 밍밍하거나 알알하여 미적거리다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겨둔 부끄러움들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놀라운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평화의 왕이신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10월의 말씀

  머니 성모님께서 매듭을 풀고 계십니다. 한 천사가 얽히고 묶이고 뒤섞인 매듭을 성모님께 올려 드리고, 성모님께서는 온갖 자애와 지혜의 손길로 그것을 곱게 풀고 펼치어 다른 천사를 통하여 내려 주십니다. 수정 수도원 미사에 피조물인 새들도 찾아옵니다. 내려온 하느님의 선물과 축복에 대해 사제가 “저희도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한 목소리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나이다.”라고 기도하고 다함께 환호를 올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9월의 말씀

  루살렘 성전에서 사흘 뒤에야 아들 예수님을 찾으신 어머니는 놀라며 말씀하십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루카 2,48). “산들을 향하여 눈을 들고 도움이 어디서” 오려는지 목이 탈 때가 있습니다. 기도는 허공으로 흩어지고 사랑은 떠나고 낭패와 절망, 고통만이 앞을 가로 막을 때 “하느님, 왜 저에게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묻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모든 일을 먼저 겪으시고,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8월의 말씀

  머니”라고 부를 때 어느 자식이라도 가슴을 훑으며 올라오는 마음 저미는 그리운 정에 울먹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목마른 이가 마시는 샘물,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손길, 백척의 간두에서 한 발짝 내딛어 뛰어오르게 하는 고결한 침묵의 채찍입니다. “얘야,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2마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7월의 말씀

  도원에서 저녁, 아침, 낮에 바치는 시간경 기도는 십자성호를 그으며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오사 저를 도우소서.”라고 시작합니다. “주님, 어서 빨리 오시어 저희를 도와주십시오.”라는 짧은 기도는 때로는 한숨처럼 때로는 애원과 절규가 되어 작업장에서도 터져 나옵니다. “정해진 시간에 육체노동”을 하고, “자신의 손으로 노동함으로써 생활할 때 비로소 참다운 수도승이 되어”간다고 성 베네딕도는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유기농 잼”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6월의 말씀

  리는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 기뻐서, 슬퍼서, 억울하고 분해서, 부끄러워서 …… – 울게 됩니다. 울음 때문에 기도하게 되고, 기도하다가 울기도 합니다.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에서 “지난 날의 자기 잘못을 눈물과 탄식으로 매일 기도 중에 하느님께 고백”하며 기도하라고 합니다. 보석을 감정하듯 눈물을 감정한다면 어떤 눈물 방울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울까요? 무슨 사연들이 있어 눈물을 흘리게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5월의 말씀

도원에 입회하는 이는 일정 기간의 초기 양성기가 끝나면 수도승 서원을 발함으로써 하느님께 봉헌됩니다. 그리고 “충실한 정주定住와 죽을 때까지 숭고한 순종을 통해서 참된 생활개선에 정진할 의무”(트라피스트 회헌)를 지닙니다. 너무 무거운 율법 조항으로 느껴지시나요? 이 의무의 짐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기도, 노동, 독서의 일상 안에서 자매들과 함께 지는 것입니다. 때론 무게가 어깨를 누르기도 합니다. 허나, 놀랍게도 결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4월의 말씀

렐루야! 우리 주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요한19,41)이 있었습니다. 배반과 죽음이 일어난 바로 그 정원에 “생명나무”가 나타났습니다. 닫혔던 동산이 열렸습니다. 도망치거나 숨거나 무관심한 우리를 생명과 사랑, 평화의 자리로 불러 모으십니다. 이웃도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바삐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몸을 낮추며 가까이 다가가서, 꿈틀거리며 땅을 뚫고 올라오는 온갖 살아있는 것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