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4월의 말씀

듣고, 보고, 만지고

 

렐루야! 우리 주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요한19,41)이 있었습니다. 배반과 죽음이 일어난 바로 그 정원에 “생명나무”가 나타났습니다. 닫혔던 동산이 열렸습니다. 도망치거나 숨거나 무관심한 우리를 생명과 사랑, 평화의 자리로 불러 모으십니다. 이웃도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바삐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몸을 낮추며 가까이 다가가서, 꿈틀거리며 땅을 뚫고 올라오는 온갖 살아있는 것들의 희망을 느껴보라고 초대하십니다. 지난 일에 대한 두려움은 당신께 맡기고 타인의 눈을 바라보라 하십니다. 바로 그 눈 안에서 “나의 모습”을 새로움과 놀라움으로 발견하여 용서와 평화를 얻으라 하십니다.

통한 표정의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습니다. 터벅터벅 걸으며 “그 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토론도 해보지만 답도 없고 절망의 먼지만 발 앞에 쌓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 가까이 먼저 다가가시어 함께 걸으십니다. “아, 어리석은 사람들!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완고한 돌심장을 말씀께서 친히 어루만지어 말씀을 되새겨주시니 살아있는 심장이 되어 말씀의 불꽃이 타오릅니다. 그들은 곧바로 평화의 도시로 되돌아갔습니다.

느님께서는 고통 받으실 수 없는 분이시나, 함께 고통 받지 않으실 수가 없는 분이십니다. Impassibilis est Deus, sed non incompassibilis.”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주님께서는 깊고 짙은 어둠의 바다로 내려가시어, 천 날보다 오랜 기다림과 사무친 그리움의 이름들을 영원으로 끌어 올리셨습니다. 그 이름들은 남은 자들에게 희망을 가리키는 별이 되어 아름다운 하늘 꽃으로 피었습니다. 4월, 그들을 불러봅니다. “승진님, 현철님, 영인님, 재근님, 그리고 혁규야!”(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님과 혁규는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의 기도 안에서 기억하겠습니다. 이미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간” 그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우리 공동의 희망, 공동의 진실입니다.

상의 악과 고통, 인간의 희노애락을 듣고 보시는 주님께서는 당신 약속 – 나는 세상 끝날까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습니다. – 을 기억하시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도움과 위로, 연대와 실천의 손을 내미는 우리의 이웃으로 오십니다. 우리가 그 손을 맞잡으면 “마른 나무”(루카 23,31)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주님 포도나무의 살아있는 가지가 되어 영원한 생명의 열매 풍성히 맺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