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1월의 말씀

 

새로움

 

해, 우리 주님의 흘러넘치는 축복과 사랑이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저희도, 여전히 계속되는 시간경 기도이지만 온 마음, 온 정신을 다시 여미어 찬미, 감사, 탄원의 시편기도가 주님께 올리는 “새로운 노래”이기를 소망합니다. 아직 춥고 어두운 겨울, 따스함과 넉넉함이 경계와 변두리의 구석구석에 아낌없이 나누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곁에서 이해받기를, 돌보아주기를, 기억해주기를 기다리며 이웃으로 계시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렘을 떠나 “울부짖는 짐승 소리만 들리는 삭막한 황무지인”(신명 32,10) 광야의 땅 시토에 정착하여 1098년에 창립된 시토회는 처음에는 항상 “새수도원”(Novum Monasterium)이라고 불리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여 형성된 새 정신으로 창립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들 수도승들은 거슬러 사막으로 갔습니다. 샘솟는 물을 마시고픈 목마름이 그들을 복음과 규칙의 원천으로 이끌었습니다. 첫사랑, 처음의 영감을 되찾은 것입니다. 시토회 소창립사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새수도원에서는 지금까지 미적지근하여 철저하게 지키지 못했던 성 베네딕도의 규칙을 이제부터는 더욱 엄격하고 완전하게 준수하기를 원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홍해바다를 건넌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되돌아가기를 원했듯이 몰렘으로 돌아가고픈 날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더 나은 곳, 바로 하늘 본향을 갈망”하였기에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라고 부르짖으며, 엎드렸던 바로 그 자리에서 그들은 날마다 새롭게 인내와 희망으로 일으켜졌습니다.

느님께서는 광야에서 당신 백성과 계약을 맺으셨듯이 무섭고 황량한 시토에 당신을 열렬하게 찾는 이들을 많이 불러 주셨습니다. 규칙과 수도원, 형제들을 사랑한 창립자들이 품었던 희망의 미래 안에 들어선 우리도 사막의 목소리, 사막의 축복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들으려고 소망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소식이 없습니다. 사랑이 당신을 다시 새롭게 하리라는 것 외에는.”(12세기 어느 시토 수도승). 영원한 현재이시며 항구한 새로움이신 주님께서 우리 안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주시리라 믿으며 기도합니다. “하느님, 외아드님께서 저희와 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으니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에서도 저희가 그분을 닮아 새로워지게 하소서.”(주님 세례 축일 본기도에서).

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며 새해 새날을 시작하였습니다. 마리아께서는 하늘의 여왕,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하느님 가까이 계시지만, 또한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 가까이 계십니다. 위험과 환난 속에서 길을 잃고 있을 때 성모님께 다가가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리면 “싱싱한 올리브 잎을 물고 오는 비둘기”(창세 8,11)처럼 주님께로 향하는 기쁨과 희망을 열어주십니다. 하느님께 “예”라고 응답하시고 말씀을 품으셨던 어머니 성모님께 기도와 신뢰를 배우도록 합시다. 우리 일상의 현실을 신앙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도록 지혜를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표지 사진 : 수정 수도원 제대 꽃꽂이

 

 

<성가정> 렘브란트.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에레미타쥬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