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ist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0년 1월의 말씀

님, 저의 힘이시여.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은 저의 하느님이십니다.”(시편 18). 고백을 받는 이는 행복하겠지요. 허나 더 큰 행복이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음이 그것입니다. 또한 그 고백이 받아들여졌다면 온 세상을 얻는 기쁨이겠지요. 그런데 “나의 고백”이 아니라 바로 “나”를 이미 먼저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면! 새로운 한 해, 동녘의 햇살이 비치는 길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12월의 말씀

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겼습니다. 보시니 그 빛이 좋았습니다(창세 1,3).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들 중 유일하게 “빛”만이 “좋다”라는 서술어를 가지고 있네요! 빛 중의 빛이 오늘 우리에게 아기로 오셨습니다. 이 빛은 다른 빛들을 없애거나 흩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 곁으로 하나되게 모으십니다. “동방에서 본 별(자연의 빛)이 박사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박사들(이성의 빛)은 그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11월의 말씀

떤 부자의 집 대문 앞에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있던 가난한 라자로가 죽었다. 그러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품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었다. 그가 저승의 불길 속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라자로가 아브라 함 품에 안겨 있었다. 부자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있어, 여기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서 건너오지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10월의 말씀

창한 숲 속에 누워 키 큰 나무들의 꼭대기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하늘에 닿은 가지들은 서로에게 햇볕이 잘 들도록 살짝 살짝 옆으로 자리를 양보하고 배려하여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놀랍도록 신비한 사랑의 질서입니다. 어느 나무의 잎들도 다른 잎에 내리는 햇볕을 탐내지 않고 방해하지 않습니다. 자연 과학자들은 이를 ‘Crown Shyness’(산꼭대기의 수줍음)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넉넉하며 한결같으신 사랑에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9월의 말씀

하느님, 당신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얼굴 위에 드러난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놀라운 당신의 은총!”(아틀라스 순교자 셀레스탱의 편지). 바다로 흘러가는 맑고 깊은 강물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 결코 그 강에 시멘트를 쏟아 붓지는 못할 것이며, 폐수를 흘려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꿀을 빨면서도 꽃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 벌의 모습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 타자를 넘어뜨리고 속이고 소외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어리석은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8월의 말씀

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는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다.”(요한 19). 우리 수정 공동체는 지난 6월 24일, 창립자 중 한 분인 안드레아 수녀님을 수도원 안마당에 모셨습니다. 상실의 슬픔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이끄시며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의 놀라운 선물에 감사드리며 기뻐합니다. 우리도 “영원한 전구자”를 […]

너른 들

    너른 들   스러지는 법 작아지는 법 오해 속에 변명 않는 법 오류를 묵묵히 견디는 법 죽는 법   너른 들로 이끄신 손길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5월의 말씀

  라 초상화입니다. 이 그림을 처음 대했을 때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아마도 이해되지 않을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한 십년 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들만 전시된 방을 구경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방 가득 미라들만! 그런 방이 몇 개나 되었던지? 이어진 여러 개의 방들 속 그 수많은 미라들, 으스스 썰렁했던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