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9년 8월의 말씀

천상 예복Deo Gratias! 하느님 감사합니다!

“예

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는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다.”(요한 19). 우리 수정 공동체는 지난 6월 24일, 창립자 중 한 분인 안드레아 수녀님을 수도원 안마당에 모셨습니다. 상실의 슬픔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이끄시며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의 놀라운 선물에 감사드리며 기뻐합니다. 우리도 “영원한 전구자”를 맞이하였습니다. 하얀 십자가와 여름 들꽃이 눈부신 햇살과 함께 묘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복도에서도 볼 수 있고, 몇 걸음만 걸어 나가도 만질 수 있습니다.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축복에로 더 깊이 초대하십니다. 잠시 “죽음”이 우리와 수녀님을 갈라놓았지만, 우리는 다함께 하느님의 얼굴 앞에 온전히 서 있었습니다. “영원한 빛으로 우리를 비추소서.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굉장히 먼 곳으로 떠나신 것이 분명하나 놀라울 정도의 특별한 유대로 가까이 계심을 느낍니다. 하늘의 새들도 우리 마음과 같아 안마당에는 온갖 새들이 새벽부터 모여들어 하느님 말씀을 렉시오(Lectio)하며 노래합니다. “정녕 그대는 아름답구려.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나의 정원으로 내가 왔소. 이제 아픔과 울부짖음을 거두고 꿀이 든 내 꿀송이를 먹고 젖과 함께 내 포도주를 마시구려.”(아가 5).

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 말씀하신 후 성모님은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가셨습니다(루카 1). 안드레아 수녀님은 1948년, 14세에 수도원에 입회하신 후, “가거라, 떠나라.”는 장상을 통한 주님 말씀에 따라 1986년 8월 6일 일본 천사원에서 출발하여 다음 날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하였습니다. 67년간의 기나긴 봉쇄 수도자로의 일상, 언제나 모든 것에 “Deo Gratias!”라고 응답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어린이처럼 참으로 투명하고 단순하셨기에 수녀님 앞에 서면 당황스럽고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약해지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유일하며 영원하신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新婦)! 모든 것 다 버리고 내려놓고 기도에 절여진 나무 묵주 손에 쥐고서 “주인이시며 아름다움을 열망하는 임금님께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도되어 왕궁으로”(시 45) 들어가셨습니다.

음이 결코 마지막 말이 아님을 분명하게 체험합니다. 죽음을 넘어 여전히 하나로 묶어주는 사랑이신 주님은 찬미받으소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엘 그레코(1541-1614) <성모 승천> 1577 / 시카고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