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5년 1월의 말씀

말이 없어져버리게 하는 2014년을 보내고, 새롭게 한 해를 선물받았습니다. 쉰내, 썩은 내, 곰팡이 냄새로 내 코가 아예  썩어버리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웠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 안에서 맑음을 길러내지 않으면 누구라도 사회 전체 가득한 그 냄새에 같이 절어버릴 수 있음을, 인간은 누구나 약함을, 새해라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님을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내 안의 맑음을 보고,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12월의 말씀

 브란트다운 통찰이 빛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얼핏 보면 그저 성탄을 그린 것 같지만 조용히 그림 앞에 머물면 렘브란트의 마음이 보여옵니다. 그 비밀을  한 번 엿봅시다. 우선 배경이 되는 상황부터 살펴보면 아마도 허겁지겁 달려온 목자들이 다녀가고, 이제 조용히 숨을 고르나 싶을 때 동방박사들이 경외감으로 가득 차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말, 그들의 태도 속에 마리아와 요셉은 같이 압도되었겠지요. 일말의 의심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11월의 말씀

 세기 얀 프로스트의 “구두쇠와 죽음”이라는 그림입니다. 왼쪽 고리대금업자가 손으로 장부를 가리키며 돈이 모자란다고 따지나 봅니다. 오른 쪽 사람은 젊은 가장일 듯 한데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돈을 갚지 못할 때 일어날 온갖 일들이 그의 속을 마구 긁어놓는 듯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굶주림, 추위, 집에서 쫓겨남, 어린 아이들의 배고파 보채는 소리가 벌써 귀에 쟁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10월의 말씀

여있는 노예”라는 제목으로 미켈란젤로의 중반기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솜씨 좋은 미켈란젤로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그는 젊은 석수 3명이 3시간에 걸쳐 해낼 양을 혼자서 단 15분 만에 그 단단한 돌을 자신이 원하는 형상대로 쪼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방으로 돌조각이 튀고 정을 한 번 댈 때마다 어떤 형상이 이루어지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9월의 말씀

 쪽으로 싹 갈라놓은 듯 서로 다른 두 그림, 흑백이기는 하지만 색깔도 흰색과 검은 색으로 대비되어 있습니다. 오른 쪽은 나이 많은 어른, 왼쪽은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한 사람은 손에 무기를, 다른 사람은 고운 음을 내는 수금을 들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표정은 두려움, 불안, 시기, 공격성으로 일그러져있고, 다른 쪽은 평화, 풍요로움, 잔잔한 기쁨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8월의 말씀

 즘 세상이 혼탁하고 혼탁하여 숨쉬면 더러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워버릴 듯 합니다. 그 혼탁함이 온몸을 돌아 내 피에 섞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몸이 오싹해질 때조차 있습니다. 나는 그들과 달라!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 이렇게 자부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때 자신이 비난하는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직자로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7월의 말씀

 가운 바다 위뒤집혀 가는 배선장도 항해사도제일 먼저 탈출했건만가만히 있으라 방송하고선제일 먼저 꽁무니 뺐건만경찰들 멀거니 지켜보고목숨보다 귀한 그 추한 것 챙기느라다급히 달려온 무수한 이들마저모두들 쫓아보냈건만세상의 한다한 이들그 속 알 수 없는 이들지켜보는 가운데300명 여린 목숨 스러져 갔건만구명조끼조차 챙기지 않고여린 목숨 구명에목숨 건 이들 있었네어서 내 손 잡아라구명조끼 너부터 입으렴, 너부터 올라가렴그들의 마음얼마나 뜨겁게 불타 올랐을까얼마나 뜨겁게그대들의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6월의 말씀

 죄어 드는 두려움이 화면 가득 넘실거립니다. 크리스티안 롤프스가 그린 “포로”라는 그림입니다. 세상의 온갖 위기 중 아마 첫째 부류에 전쟁포로가 들어있을 것입니다. 어떤 취급을 당해도 호소할 곳 없는 불안한 처지, 죽음을 당한다 해도 저쪽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끝나 버릴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이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저 큰 눈 속으로 두려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