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1년 7월의 말씀

하느님께 발각되기

네딕도 성인은 “누가 수도 생활을 하고자 처음으로 찾아오면 그의 정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는지” 시험해보고, “그가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지(si revera Deum quaerit)”를 검증하고 식별할 것을 요청합니다(규칙서 58장). “하느님, 당신은 저의 하느님, 저는 당신을 찾습니다. 제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합니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시편 63,2 ; 42,2). 아름다운 성모 성월인 5월에 우리 공동체는 하느님을 찾는 그리움을 폭포처럼 쏟아내는 두 자매가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한 명은 수련기를 마치고 첫서원을 하였고, 다른 한 명은 수련 착복을 하였답니다. 후배를 맞이하면 “내 얼굴을 찾아라.”(시편 27,8)는 말씀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우리 각자는 자신에게 묻게 되지요. “나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고 발견하였는가?”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는 “하느님 발견의 지복이 거룩한 갈망을 해소시켜 주지는 못한다. …… 하느님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하느님 찾음은 결코 중단되지 않으며 영원 안에서도 계속된다.”고 말합니다. “사랑의 학교”에는 졸업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찾음은 약속과 희망 안에서 이미 받았기에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이것이 결실이지요. “너희가 나를 찾으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내가 너희를 만나 주겠다.”(예레 29,13-14).

우리의 “하느님 찾음”은 그분께서 먼저 찾으셨고, 먼저 사랑하신 그 사랑의 열매입니다. 그런데 숨은 것도 보시고 먼저 찾으시는 분께서 마치도 눈이 어두운 것처럼(창세 27,1), 들리지 않으시는 것처럼 나를 찾지 못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분께서 나를 찾으실 수 있도록 모세가 그랬듯이 신을 벗고(탈출 3,5) 거룩한 땅으로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익숙한 내 신발을 벗고 낯설고 거룩한 타인의 땅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그분께 여기 이곳으로 오시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계시는 곳으로 내가 가야 합니다. 게으름, 질투, 불평, 시기심을 부수고 허물고 뽑아 던져 버리고, 한 처음 그분께서 빚으신 모습으로 광야에 서야 합니다. 내 이기심의 좁은 방에서 빠져나와 하느님께 발각되기. 나의 뜻, 나의 계획의 그물을 잘라 버리고 하느님께 발각되기. 베네딕도 성인은 “찾음”에 있어 좋은 도구를 주었습니다. “모든 영적 욕망을 가지고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라.”(규칙서 4장). 양파의 껍질을 벗기면 눈물이 나듯 쉽지 않으나 신비롭습니다. 외면하고픈 타인의 얼굴에서 찾는 얼굴을 보여 주시기 때문이지요. 더러는 홀연히 혹은 서서히 당신 좋으신 얼굴을 드러내십니다.

오늘이 첫날이면서 마지막 날인 듯 매번 그렇게 시간경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기뻐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 105,3-4). 사흘 후면, 늦어지는 듯하더라도 어김없이 지체하지 않으시고(하바 2,3) 말씀이신 신랑께서 찾아오실 것입니다. 이 행복한 희망과 사랑을 전합니다. “나는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 ……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으리라. ……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았네.”(아가 3장). 약속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마리아님,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니 우리를 도우소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17c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