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0년 5월의 말씀

위로(con_solatio)
함께 있기

“땅

은 푸른 싹을 돋게 하여라. 새들은 땅 위 하늘 궁창 아래를 날아다녀라.”(창세 1장). 어김없이 땅은 푸른 싹과 과일나무를 제 종류대로 돋게 하고 온갖 새들이 풀숲과 나무들 사이로 포로롱 포로롱 훨훨 쑤우웅 날고, 그 날개짓 소리 또한 얼마나 고운지요. 머위잎 가장자리엔 밤새 빚은 이슬이 보석처럼 매달리고, 쇠뜨기는 빛의 이슬로 작은 초록탑이 되었네요. 낮추어 다가가면 거저 흘러넘치는 깨끗함이여! 경이로움이여! 당신께서는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고 “참 좋구나, 참으로 아름답구나.”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 인간은 폭력과도 같은 재앙을 겪으며 많이 아픕니다. “가까움”이 멀어진 2020년 봄, 가족들의 방문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약자분들과 아픈 이들,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주님 품으로 떠난 이들, 한끼 식사 도시락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 봉쇄의 울타리 안에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의 눈물로 “하느님의 기억”을 두드리며 기도합니다. “이는 나에게 노아의 때와 같다. 노아의 물이 다시는 땅에 범람하지 않으리라고 내가 맹세하였듯이 너에게 분노를 터뜨리지도 너를 꾸짖지도 않겠다고 내가 맹세한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이사 54,9-10).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워라.”(창세 1,28)고 말씀하시며 복을 내리셨는데 … 어찌된 일입니까? 코로나19,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라는 기이한 바이러스가 인간 속으로 들어와 괴롭힙니다. 우리가 괴롭힘을 당하기 전에, 자연을 부수고 망가뜨린 인간의 폭력이 있었군요.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 폭력의 사슬에서 “하나씩 하나씩 떠나가면”(요한 8,9) 인간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는 진리와 마주 서게 되겠지요. 소외, 차별, 억압, 착취의 구조에서 한 사람이라도 먼저 그분께로 돌아서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혁명은 점차점차 또한 재빠르게 전염되겠지요. 우리 사는 세상에 봄풀마냥 기쁨과 희망이 출렁출렁 다시 넘쳐 흐를 것입니다. 구원받은 질병, 구원받은 죽음을 믿음 안에서 보게 되겠지요.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장). 우리의 희망입니다. 허나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희망, 그분의 인내로운 기다림이기도 하지요. 하느님께서는 “타락하여 폭력으로 가득 차 있는”(창세 6장) 인간과 세상을 살피시고 기다리시며 한 사람 “위로자 노아”를 찾으셨습니다. 당신의 진노, 대홍수가 결코 끝이 아니었습니다. 무지개가 있고 하느님 자비가 있습니다.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어머니가 제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이사 65장:66장). 구원하시는 하느님 위로의 궁극인 우리 주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돌이키면 모든 좌절과 절망을 딛고 다시 태어나게 되겠지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나를 사랑하고 내 말을 지키면 나와 아버지는 너희에게 가서 너희와 함께 살 것이다.” 위로자 성령이시여,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굳센 믿음을 더해 주소서, 저희가 새로워지리이다.

15C. 크레타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