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1

 
 

다람쥐

 
산길을 오르다 다람쥐를 만난다. 언제부턴가 그 꼬마는 나를 알아본다. 아주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자기를 보라고 작은 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피운다. 힘겹게 산을 오르느라 자기를 몰라볼 때면.
한번은 계곡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 애는 작게 새가 우는 소리를 냈다. 눈을 마주치며.
한번은 나무에 꼭 매달려 있었는데 내 눈길이 가서 멎는 위치였다. 나도 그 애 앞에서 선율이 고운 노래와 춤을 추었다. 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애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리막에서 한번은 내 옆으로 그 애가 쏜살같이 그냥 달려 내려갔다. 서운한 마음에 ‘오늘은 만났는데 인사도 안하는구나!’ 했는데, 그 애는 내 눈길이 주로 닿는 둥그런 돌 위에 올라가, 돌길을 달려내려 오느라 정신이 없는 내 눈길에 자기 눈을 맞추었다. 한참을 응시하다가 귀여운 꼬리를 살랑 흔들며 저 가던 길을 갔다. 이 애들은 우리와 사귀기를 원한다.
 

산은 힐링의 성스러운 장소이다. 산은 허리 디스크를 앓은 나에게 힘겹게 능선을 타서 치료를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안에 있는 찌꺼기를 모두 거두어내는 숭고한 땀을 흘리는 치료로 마음과 몸에 건강을 되돌려주었다. 기계문명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그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로 치유의 영기(靈氣)를 내뿜어 주었다.
 

산은 나와 다람쥐의 공동의 집이다. 우리 공동의 집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기쁨에 함께 하려면 힘겹게 산을 오르자. 케이블카로 산에 올라 유흥을 즐기는 일은 다람쥐와 우리의 공동의 집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산마저 유흥가를 만든다면 인류는 어디에서 고요와 성스러운 휴식과 수행처를 얻어 만날 수 있겠는가?
 
한국 사회 전체가 “공사중”이다. 산을 올라도 얼마나 많은 공사가 진행 중인지! 양쪽 산을 끊는 도로 공사, 산 중턱 전체를 파헤쳐 푸른 나무가 아니라 붉은 흙이 드러난 곳! 아무리 깊은 산중을 가도 인간의 공사 소음이 울려퍼지지 않는 곳을 만나기 어렵다. 3공화국에서 경제개발5개년 계획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했던 경제적 유통망으로 한국사회의 도로 유통망은 이제 충분하다. 더 이상의 도로는 필요치 않다.
先人의 지혜를 배울 때이다. 그들은 정복하여 돈 버는 대상으로 자연을 보지 않았고 자연의 일부로서 겸허하게 살다 죽어, 이 아름답고 치유하는 산을 후손인 우리에게 물려주지 않았는가!
 
우리 후손은 돈만 많이 물려주면 행복한 기괴하고 비뚤어진 세대인가? 우리 후손들 역시 우리처럼 자연의 아름다움과 선함 속에서야 행복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소중한 것을 우리가 받은 그대로 손상 없이 물려주자.
 
先人들의 지혜를 배울 때이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산천은 내 방에 들일 수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