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HTHILD VON HACKEBORN
하케보른의 멕틸드
다함없이 샘솟는 찬미
Hans Urs von Balthasar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편역
Ⅰ삼위일체 송가
원천(샘)
[1] 거룩한 밤, 그녀는 온 정성을 다해 찬미가로 지극히 높으신 삼위일체께 흠숭을 드렸다. 그녀의 영혼이 황홀경에 들어갔을 때 살아있는 샘을 보았다. 태양보다 더 찬란히 빛나는 샘물, 그것은 그 자체로 흘러넘치며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샘물은 멋지고 값진 보석으로 만들어졌고, 샘물에는 두레박이 있어서 물 푸는 사람이 없어도 살아 있는 모든 생물에게 철철 넘치는 풍부한 물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견고하게 세워진 우물 칸에는 전능하신 아버지의 지시가 보였다. 두레박 안에는 성자의 창조되지 않은 지혜가 그것을 바라는 마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넘치도록 흘러 들어가게 하고, 그분 마음대로 베풀고 나누어 주고 있었으며, 물의 감미로움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성령의 자비와 감미로움으로 묘사할 수 있다. 화창하고 신선한 공기는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생명이시라는 것을 표현한다. 인간이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어떤 피조물도 하느님 없이 살 수 없다. 우물 둘레에는 크기에 알맞게 청옥으로 된 기둥머리를 가진 일곱 원주가 세워져 있었다. 그 기둥 사이로 일곱 물줄기가 시내 되어 모든 성인들에게로 흘렀다. 첫 시냇물은 천사들에게로, 둘째는 예언자들에게로, 셋째는 사도들에게로, 넷째는 순교자들에게로, 다섯째는 목자들에게로, 여섯째는 동정녀들에게로, 일곱째는 다른 모든 성인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그들 모두는 충만한 상급으로 흡족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절묘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으며, 각자는 존경과 열정을 다해 그 물을 마셨다. 이것은 모든 성인들이 그들의 기쁨과 하느님 안에서 소유하는 모든 좋은 것을 넘치게 베풀고 베풂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위일체적 찬미
[2] 그녀는 주님께서 형언할 수 없는 광휘에 싸여 계신 것을 보았다. “사랑하올 지극히 영화로우신 분이시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가 당신 마음에 들 수 있습니까?” 하고 그녀는 물었다. “찬미 안에서!”라고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녀는 다시 “제가 어떻게 당신께 합당한 찬미를 드릴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묻자, 주님께서 그녀에게 찬미의 세 종류와 도움받기를 가르쳐 주셨다. “우선 먼저 아버지의 뜻을 행하시는 성자와 성령 안에서 아버지의 전능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무한하심은 하늘과 땅 위에 있는 어떤 피조물도 알 수 없다. 그 다음 성자의 불가해한 지혜를 찬미하여라. 그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완전히 아버지와 성령과 그것을 공유하신다. 피조물들 가운데 어떤 것도 그 깊이를 헤아릴 길 없다. 끝으로 성령의 자비를 찬미하여라. 그분은 온전한 의지로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그 충만함을 공유하신다. 어떤 피조물도 거기에 그렇게 참여할 수 없다.”
찬미와 나눔
[3] 무한히 찬송 받으셔야 마땅한 삼위일체 축일에 그녀가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찬미 받으셔야 마땅한 삼위일체께 모든 성인들과 모든 피조물이 받은 자비와 자선에 대해서 찬미와 찬양을 드리기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갑자기 영광의 옥좌에까지 들어 올림을 받았다. 지극히 복되신 삼위일체께서 거기 계심을 보았다. 살아 있는 샘처럼 보였는데 시작을 알 수 없이 샘솟고 있었다. 모든 것을 그 안에 품고 있었으며, 무한한 아름다움이 넘쳐흘렀으나 그 자체는 줄어듦도 없이 변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그 물로 흠뻑 적셔 주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을 보았다. 영혼은 사랑 안에서 완전히 용해되어 하느님 안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하느님께서는 다시금 그 영혼을 말할 수 없는 기쁨의 충만함으로 채워서 보내신다. 그녀는 이 합일 안에서 여러 가지 다른 것 외에 그녀에게만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보라, 나의 전능과 함께 너도 전능하게 되었다. 네가 만일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원한다면, 너는 영원히 나의 전능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나의 헤아릴 수 없는 지혜가 너를 끌어당길 것이다. 만일 나의 행위와 판단이 네 마음에 든다면, 언제든지 너는 나의 지혜와 일치하여 살게 될 것이다. 나의 사랑이 너를 사로잡고 충만하게 채워 주고 네가 너의 사랑이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이 합일 안에서 나와 영원한 합일을 이룰 것이다.”
그녀가 영성체를 하였을 때 영혼이 얼마나 큰 기쁨으로 가득했었는지 자신도 놀랐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라, 그리고 모든 성인들의 기쁨과 교환하여라.” 그녀는 그렇게 동정녀 마리아께 다가가서 그녀의 기쁨과 교환하면서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하신 동정녀시여, 당신 영광을 더하기 위해서 저는 마음의 너무도 큰 기쁨을 교환합니다.” 마리아께서 그녀에게 대답하셨다. “나도 너에게 나의 모든 기쁨을 준다. 하늘과 땅의 모든 피조물에게서 얻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주겠다.” 그런 다음 그녀는 사도들과 기쁨을 교환하였다. 그들은 그녀에게 말하였다. “우리 또한 너에게 모든 기쁨을, 우리가 온유하신 주님이시며 스승이신 분과 함께 체험한 것, 특히 그분이 우리를 죽음에서 건지시어 당신께로, 영원한 생명에로 부르신 기쁨을 교환하겠다.” 그 후 순교자들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우리 역시 너에게 기쁨을 주겠다. 그분께 대한 사랑 때문에 불속에서, 강철로 단련받고 수천 번의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그 기쁨을 교환하겠다.” 그녀가 목자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그녀에게 말하였다. “우리 또한 너와 기쁨을 교환하겠다. 노동과 엄격한 수도생활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그 기쁨을.” 그녀가 동정녀들과 기쁨을 교환할 때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도 너에게 기쁨을 선물하겠다. 그것은 신랑을 차지할 수 있는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통해서 얻은 기쁨이다.”
공동 찬미
[4] 성인들 안에서 찬미받기를 원하시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영광스럽게 하시는 하느님을 그녀는 갈망하였다. 그때 주님께서 당신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긴 제자들을 다정하게 가르치시며 말씀하셨다. “성인들 안에서 나의 자비를 찬미하여라. 내가 그들에게 지복을 베푼 것은 혼자서만 그 지복을 소유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기쁨 하나하나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아 더 많아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각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선물을 통해서 더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자식이 칭송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으며, 한 아버지가 아들의 승리와 영예보다 더 기뻐할 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의 특권을 사랑의 기쁨으로 자신의 소유물인 양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5] 미사성제가 거행되는 동안 그녀는 “지극히 높으신 옥좌”에 앉아 계신 예수님의 환시를 보았다. 주님께서 열두 살 된 소년으로, 임금님처럼 단장하고 제단 위에 앉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 하느님의 권능을 온전히 갖추고 현존하면서 너희의 모든 근심걱정을 들어 주겠다.” 마음속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오, 그분께서 만일 내 대신 하느님 아버지께 완전한 찬미를 드려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훨씬 더 나을 터인데! 그때 주님께서 나에게 “하느님께 찬미 드리고 싶어서 간절히 바라지만 원하는 만큼 찬미 드리지 못하는 영혼의 비애보다 더 큰 찬미가 있겠느냐? 그리고 내가 영혼의 비애도 치유해 주고 갈망과 흠숭과 기도, 영혼의 모든 선한 지향과 선행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 주지 않았느냐?”
넘치듯 베푸신 찬미
[6] 영혼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싶어했다. 그녀는 하느님 아버지께 간청했다. 그분 자신에게 가장 합당한 찬미로 그분을 찬미해 드릴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삼위일체께서 서로 가장 합당한 찬미를 드리고 있듯이 그렇게 찬미할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청했다. 주님께서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주님께서 영혼을 칭송받으시기에 마땅한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금과 보석으로 꾸민 삼 면을 가진 크리스탈 잔이 되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바쳐진 자신의 찬미를 이 잔으로 기쁘게 마신다. 그런 다음 그 잔을 모든 성인들이 돌려가며 마시게 하신다. 그때 그 영혼은 죽은 모든 이들도 이 선물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즉시 죽은 이들의 무리가 다가와 기쁨으로 그 잔에서 마시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에는 아직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이들도 끼어 있음을 보았다. 그가 이상하게 여기자 주님께서 말씀을 건네셨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곳은 실제로 하늘이 아니다. 그러나 네가 나를 볼 때 내 안에 모든 피조물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도 함께 보게 된 것이다. 너에게는 그들이 마치 현존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느님 힘으로 드리는 찬미
[7] 어느 날, 다시 그녀가 가대에서 늘 하듯이 온 힘을 다해 힘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마치 하느님의 마음으로부터 모든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힘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더라도 계속 찬미노래를 부를 만큼 열성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토록 하느님과 일치하고 하느님 안에서 노래하고 있을 때 주님께서 그녀에게 “지금 네가 너의 숨을 내 마음에서 들이마시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이가 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나에 대한 갈망으로 탄식할 때도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것은 풀무처럼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신적 성심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것이다. 풀무는 스스로 숨을 마시고 있지 않다. 공기 속에 있는 것을 흡입하는 것만 할 수 있다.”
그때 아침기도 찬미가 “주님의 모든 업적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다니 3)를 가대에서 선창했다. 그러자 모든 피조물이 초대되어 찬미가를 부른다면 하느님께서 어떤 찬미가를 선호하시는지 알고 싶어졌다. 주님께서 응답하셨다. “모든 피조물이 이 찬미로 아니면 이와 비슷한 것으로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도록 초대 받았을 때, 이들 모두는 영적인 존재가 된다. 그들은 모두 지성을 갖춘 존재가 되어 나의 현존 앞에 서게 된다. 찬미가를 부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베푼 모든 선함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찬미를 드리고 싶어한다. 지성이 없는 피조물이 살아 있는 인간처럼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말아야 한다.” 그분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그분께는 “멸망한 자들도 구원받은 자들처럼”(1코린 1,18) 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 앞에는 어떤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다. 더욱 경의와 흠숭으로 찬미해 드려야 마땅한 사랑스런 주님께서는 그분을 사랑하는 영혼이 청하는 것은 친절하게 다 들어 주신다. 자연의 힘을 훨씬 초월한 갈망까지도 그분의 능력으로 채워 주신다.
성인들 안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8] 네가 원하는 어떤 성인의 축일이든지, 그를 뽑은 나의 영원한 선택 때문에 나를 찬미할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한 이들이 일시적으로 큰 죄에 떨어져 있더라도 그들 안에서 그들을 강하게 하였고, 언제나 죄짓지 않고 깨끗하기를 바라면서 언젠가 그들이 거기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는 나를 찬미하여라. 내가 부르고 이끌어 주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자신을 선택하여 나의 신적 위엄에 이르게 하는 길을 갈 수 있겠는가? 내가 그들에게 나의 통치권을 나누어 주었음을 찬미하여라. 나는 그들을 왕과 여왕들로 세웠고 복되고 영화롭게 통치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내 나라의 반이 아닌 나누임 없는 전부를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완전한 깨달음에서 샘솟아 나오는 기쁨을 보고 성인들을 기릴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복된 방법으로 내가 어떻게 그들을 영원으로부터 사랑했고 온전히 은총으로 지복에 들도록 선택했는지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이들이 나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안에서 넘치는 애정과 기쁨을 발견하는 만큼, 그들 친구의 깊은 마음을 완전히 볼 수 있거나 하고 있는 생각을 볼 수는 없다. 또 하나는 나를 찬미하고 흠숭하며 그들이 체험한 맛인데, 왜냐하면 그들에게 내가 보여 준 나의 사랑을 아는 것이 그들이 맛볼 수 있는 최상의 맛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그들에게 허락된 자유의 충만함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오로지 완전한 의지와 최상의 관용으로 채워 드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마리아 안에서 하느님께 찬미
[9] 한번은 그녀가 하느님께 하소연하였다. 그분의 어머니를 사랑해 드렸어야 마땅한데, 그다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존경과 섬김을 충분히 해 드리지 못했다고 한탄하였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소홀했던 찬미를 너는 내가 지상에 있을 때 어머니가 끊임없이 나에게 보여 주신 충실함 때문에라도 찬미해 드려라. 그분은 자기 뜻이 아니라 나의 뜻을 항상 먼저 행하셨다. 내가 육체적인 고통을 당할 때는 마음으로 그 고통을 함께 감내하셨으니 그분의 충실함을 칭송해 드려야 마땅하다. 천국에서도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가장 충실한 분으로 머무르시며 회개하는 죄인들을 나에게 데려오시고, 죽은 이들의 영혼들이 징벌을 면하고 구원받을 수 있게 하시니 그분의 충성을 경축하여라. 그분의 도우심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죄인들이 회개하였다. 나의 정의로운 판단이라면 마땅히 지옥에 던져질 죄인이라도 그녀의 자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그들은 또한 연옥의 불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천국에서 가장 작은 자
[10] 어느 토요일, 그녀가 “안식일 첫 새벽” 부속가에서 이 “지극히 자비로우신 자비의 샘에서”라는 소절을 노래할 때였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크고 위대한 자비가 모든 선의 근원이신 자비의 샘에서 흘러나오며, 여전히 흐르고 있는지 생각했다. 주님께서 오셔서 하늘에 있는 가장 작은 자를 보라고 그녀를 부르셨다. 그러면 자비의 샘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녀는 이 작은 자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그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중키에 청색 옷을 입었고 머리는 노란 곱슬머리였다. 아주 귀엽고 예쁜 얼굴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세요?” 그가 대답했다. “나는 세상에 있을 때 좋은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강도, 불량배였어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당신은 이 천국에 올 수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런 모든 악한 짓을 습관적으로 했지 악한 마음으로 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것이 나쁜 짓인 줄 몰랐던 것입니다. 부모가 나에게 그런 짓을 하라고 가르쳤던 것입니다. 결국 나는 그런 짓들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회개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100년을 정화의 고통을 겪었으며 많은 고난 후, 지금은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의 은덕으로 이런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그 후 그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 자비를 그에게 베풀어 주셨는지를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그가 그녀에게 이것을 보여 준 것은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비의 샘이 어떻게 가장 작은 자에게까지 흘러가는지 알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선이라고는 아무 것도 행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토록 자비를 베푸신다면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성인들에게는 얼마나 더한 자비를 베푸시겠는가?
지상에서 찬미를 드릴 수 있는 행운
[11] 한번은 그리스도의 종인 그녀가 아파서 공동체가 드리는 미사성제에 그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주님께 적어도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만이라도 달라고 청하였다. 잠시 후 주님께서 긴 식탁에 모든 성인들과 함께 앉아 계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분께서 빵부스러기를 주시는데 그것은 구슬처럼 생긴 보석이었고, 당신 손수 기쁨과 복됨을 나누어 주고 계셨다. 그것들을 주님의 어머니, 여왕님께서 두 손으로 가득히 받아서 그녀의 영혼에게 주셨다. 그런 후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큰 기쁨으로 그렇게 하셨다. 식탁둘레에는 주님 바로 맞은편에 앉을 특권을 받은 동정녀들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신랑의 얼굴과 그분의 영광스런 모습을 깊은 환희와 황홀함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그분의 대 환희를 마실 수 있었다. 그때 그녀의 영혼이 묻고 싶어서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이 말하였다. “아, 너희는 얼마나 복된가, 아직 지상에 살 수 있으니. 많은 보답을 받을 수 있으니. 왜냐하면 인간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할 것이고 그 기쁨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루가 그에게 주어져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고 하느님을 찬미함으로써 그에게 주어질 보상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온종일 그가 하는 모든 일을, 기쁨이든 고통이든 기쁜 마음으로 힘 있게 하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봉사함이 하느님 섬김이다
[12] 그녀는 다른 사람의 봉사를 받아야 하는 것 때문에 가끔 마음이 무겁고 어려웠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봉사받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며 하느님께 하소연하였을 때 주님께로부터 응답을 듣는다. “두려워하지 마라. 당황해 하지도 마라. 네가 받는 고통은 네 안에서 내가 참아 견디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너에게 봉사하는 것은 나에게 해 주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그 모든 섬김을 나에게 해 준 것처럼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너의 임종 때 깊은 신심으로 너와 함께 해 준 모든 이들에게, 나는 나의 수난 때 함께 괴로워한 사람들에게 보답했듯이 감사하며 보답해 줄 것이다. 그리고 너의 장례에 참석한 사람들을, 나는 합당한 존경심으로 나를 장사 지내 준 이들에게 하듯이 받아 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 봉사해 주는 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할 때였다. 주님께서 허리춤에 금반지들을 가득히 꿰 차고 계신 것을 보았다. 그분은 그녀에게 그것들을 보여 주시며 말씀하셨다. “보아라. 이것들은 모두 너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달려온 사람들의 발자국이다. 그것들은 영원히 나의 기억에 남아 내 눈앞에 있다. 이것들은 너에게 베풀어진 모든 봉사 행위들이다.” 그 후 주님께서는 그녀를 사랑에 맡기셨다. 사랑이 그녀를 받아 주어서 그녀가 앓고 있는 병상에서 그녀를 받아 주게 하셨다. 거기서 그녀는 사랑이 영혼 안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일 먼저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사랑에게 맡겨졌을 때, 그것들을 가장 충실하신 하느님께 보여 드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랑은 위탁받은 모든 것을 성심의 보고에 잘 보관하였다가 죽은 후 영혼에게 더 많이, 더 정화시켜서 돌려 준다. 끝으로 사랑은 인간이 곤경과 고난을 견디어낼 때 거기 함께 있어 주면서, 선행에 힘을 북돋아 주고 격려해서 악으로부터 보호한다.
어떤 사람이 사랑이 식어서 공경심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하느님으로부터도 멀어진 것같이 느껴질 때, 그는 사랑을 불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파견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은총과 열렬한 공경심을 달라고 간청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그가 행하는 선행은 사랑의 보고 안에 보관해 달라고 청해서 나중에 더 나은 것으로 정화시켜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여라. 모든 곤경과 고난 속에 있을 때 사랑을 불러 도움을 청하여라. 사랑이 거기 있게 되면 인간은 어떤 곤경도 느끼지 않게 되고, 싸움에 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는 중재자
[13] 한번은 수도회가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공동체는 주님의 여종에게 부탁해서 그들이 바치는 시편기도를 그대로 하느님께 바쳐달라고 명하였다. 그녀는 그의 천사에게 말했다. “오호라, 사랑스런 천사여. 당신을 온전히 알고 계시는 그분을 알고 있는 분이시여! 나는 부분적으로밖에 알지 못하니 당신께 청하옵건대 이 기도를 위엄과 환희로 받들어 모시는 임금님께 바쳐 주십시오.” 천사가 그녀에게 “나는 결코 내가 온전히 알려진 만큼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를 창조하신 분께서는 나를 최상의 권능, 최상의 지혜와 최상의 사랑으로 알고 계신다. 나는 피조물로서 알 수 있는 만큼밖에는 알지 못한다. 내가 너의 소식을 나의 하느님께 전달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어머니가 자기 외아들의 영예와 부귀를 기뻐하는 것보다 더 기쁘다.” 천사는 그들의 기도를 흰 보자기에다 살아 있는 종달새를 싸듯이 싸서 큰 기쁨과 존경심으로 하느님께 바쳐 드렸다. 몇몇 종달새는 보자기에서 날아올랐다가 다시 앉는다. 또 한 종달새는 날아가서 주님의 가슴에 앉고, 어떤 것은 주님께 날아가 입술에 입맞춤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기도를 바치고 있으니 그때마다 나는 자비의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고 은총으로 귀 기울여 주리라.”
천국의 전례
[14] 주교좌 성당을 대리 통치하던 참사위원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수도원을 압박하고 괴롭히며, 미사성제마저도 봉헌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였을 때였다. 마침 그날은 복되신 동정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다. 하느님의 여종은 그토록 갈망하는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없게 되자 깊은 비탄에 빠졌다. 그때 주님께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고 두 손을 잡아 주시며 “오늘 너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때 마침 사제가 평상시 입당할 때처럼 “빼어난 아름다움을 바라보라”를 선창하고, 큰 공동체가 행렬을 하려고 모이는 것 같았다. 주님과 그분의 어머니가 앞장서 가시는데, 손에는 희고 붉은 깃발을 드셨다. 흰 들에는 붉은 은빛이 도는 금장미가 있었다. 행렬은 십자가 회랑을 지나 가대를 통과해서 성당 제대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님께서 미사성제를 바치시려고 붉은 제의를 입고 미트라(주교관)를 쓰셨다. 세례자 요한이 독서를 했는데, 그분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 복되신 동정녀의 기쁨을 제일 먼저 기뻐했기 때문이다. 복음사가 성 요한은 복음을 읽었는데 그는 영광스런 동정녀의 보호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과 성 루카는 제대에서 복사를 서고, 복음사가 요한은 복되신 동정녀께 봉사하는데, 어머니는 바로 제단 오른편에 계셨다.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는 옷을 입으시고 머리에는 갖가지 보석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계셨다.
모든 성인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기뻐하자.”는 찬미가를 선창으로 미사가 시작되었다. 복되신 동정녀께서 제대 쪽으로 가시더니 그의 아드님께 금으로 만든 수정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보석이 박힌 의복장식을 걸어 드렸다. 그 보석들은 거울같았고 그녀의 모든 공적이 거기에 반사되어 비쳤다. 그 의복장식은 주님의 가슴을 방패처럼 가려 주었다. 동정녀께서는 거울처럼 그 안을 비춰보셨다. 그분이 자리에 앉으시자 미사가 자비송부터 마지막까지 진행되었다. 주님께서 큰 소리로 영광송을 선창하시면서 “나는 마음의 기쁨으로 너희 모두에게 영광송을 부르도록 권한다.”고 말씀하셨다. 봉헌이 이루어질 때는 특별히 복되신 동정녀께 헌신한 사람들이 제대 앞으로 나아가서 금반지들을 바쳤다. 주님께서는 그것을 받아서 당신 손가락에 끼셨다. 대사제들과 교황님이 영성체송을 “그들과 함께 우리 목소리를 합하여(cum quibus et noster voces)”까지 선창하자 그분은 모든 성인들에게 “찬미하라 모두, 기쁨으로 찬양 드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거기 있는 모든 이들이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를 합창하였다. 그중에서도, 모두를 초월하여 복되신 동정녀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려왔다. 모든 성인들의 목소리 가운데서도 특히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거룩한 변형의 순간에 성체를 높이 들어 올리자 사제이시며 제물이 되신 주님을 볼 수 있었다. 성체는 금으로 된 성반에 담겨 있었다. 그것은 베일로 가려져 있었는데, 이는 성체성사가 모든 인간적, 천사적인 이해를 초월하여 감추어져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평화의 인사가 끝난 후 탁자를 주님 앞에 갖다 놓으니, 주님께서 앉으시고 그분의 어머니께서도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공동체 전원이 제단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주님께서 주시는 주님의 몸을 복되신 동정녀의 손을 통해 받아 모셨다.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주님의 옆구리에서 나온 금색으로 된 액체를 금잔에 받아 들고 계셨고, 모두 주님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신비스런 음료를 받아마셨다.
미사성제가 끝날 때 주님께서는 손을 들어 강복해 주셨다. 그분은 손가락마다 금반지를 끼고 계셨다. 그것은 동정녀들의 영혼과 맺은 혼약을 의미한다. 금반지에 박힌 붉은 보석의 의미는 그분의 피가 동정녀들을 특별히 장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