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타의 성녀 제르트루드
GERTRUD VON HELFTA
신적 사랑의 파견자
GESANDTER DER GÖTTLICHEN LIEBE
제2권
제3장 주님 거처하심의 사랑스런 특성들
당신께서 제 안에서 활동하시고 제 영혼을 유혹하실 때, 그때는 부활과 승천 사이였는데, 어느 날 아침기도 전에, 저는 정원의 작은 연못가에 앉아 무척이나 평화롭게 해 주는 그곳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투명하고도 맑은 물이 흐르고, 주위에는 푸른 나무들이 녹색으로 싱그럽고, 새들 특히 비둘기가 자유로이 이리저리 날고 있었는데, 저는 은밀한 자리에 앉아 이 친숙한 고요를 만끽하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당신 기쁨의 강물, 당신은 이 묵상의 시작을 주셨고 역시 묵상의 마무리도 이끌어 주셨습니다. 제 사고 안에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만일 제가 당신 안에서 은총의 강물을 변함없는 감사로 되돌려 흐르게 할 수만 있다면; 만일 제가 선행으로 수목들의 숲처럼 푸른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피울 수 있다면; 만일 제가 비둘기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향해 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육체의 모든 감각과 함께 외부 세계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온 영혼이 당신과만 홀로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제 마음을 당신에게 사랑스런 주거지로 제공해 드릴 수 있으련만.
이런 생각에 잠겨서 그날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갑자기 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때 저의 흙과도 같은 마음은 당신이 오셨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바다를 전부 천 배로 늘려서 그 물을 피로 변화시켜 제 정신을 통과하게 해서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처로 선택하신 제 미천한 골짜기를 그렇게라도 씻어 낼 수만 있다면! 아니면 저에게 한 시간만이라도 허락하시어 제 마음을 불붙은 숯불로 정화시켜서 모든 잡티를 없앨 수 있다면, 그나마라도 부당한 저를 당신께 드리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왜냐하면 저의 하느님, 그때 그 순간부터 당신은 제 삶이 완전해지거나 게을러짐에 따라 어떤 때는 온화하게 어느 때는 엄하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인정하자면, 가장 주의깊게 이룬 개선의 한 순간, 그것이 저의 전 생애에 걸쳐 이뤄져야 할지라도, 또한 당신 은총의 가장 작은 호의를 받는다 해도, 갖가지 잘못과 결점을 가지고는 결코 그것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당신의 너무도 크신 호의는 저의 죄 때문에 분노보다는 자주 슬픔을 드러내십니다. 이를 보면서, 당신이 죽을 육신의 몸으로 계셨을 때, 배반자 유다에게 가지셨던 인내보다 더 큰 인내력을 제게 가지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지나가 버릴 헛된 것들에 얼마나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지, 얼마나 쾌락을 찾으며 산만했는지, 그랬다가도 제 마음으로 되돌아오면 거기 당신께서 현존하심을 즉시 발견했고, 그 당시 이 은총을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그밖에도 세례자 요한 대축일 열하루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한번은 제가 당신의 현존을 즐기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목요일, 세속적인 오락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세례자 요한 대축일 전 미사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를 기도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그토록 고귀한 보화를 상실하고 매우 우려되는 어리석음에 빠져 그 상실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도 당신은 내려오심과 친절로 저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에 대해 제가 슬퍼했었는지, 단지 그분이 되돌아오기를 바랐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제 정신을 사로잡았던 그 현혹에 놀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께서는 제 자신 안에서 제가 그것을 경험하길 원하셨는지도 모릅니다. 베르나르도가 “우리가 도망가면 당신은 우리를 쫓아오십니다. 등을 돌리면 우리 얼굴 앞으로 다가서십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간절히 청하시지만 멸시만 당하십니다. 그럼에도 어떤 수치도 어떤 경멸도, 아직 우리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어느 인간의 마음에도 없었던 곳으로 당신께서 우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지칠 줄 모르는 당신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저의 아무런 공로도 없이, 그렇게 당신은 제가 헛된 것만 하고 있었는데도 -왜냐하면 떨어지는 것은 넘어지는 것보다 더 나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당신 현존의 기쁨을 다시 주시려고,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당신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이에 대해 창조되지 않은 사랑에서 샘솟는 찬미와 감사를 당신께 드리며, 그 안에서 모든 피조물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당신 자신에게로 되돌아 흘러듭니다!
그리하여 당신께서는 제 안에 이 보화를 보존하실 수 있도록 올리브 동산에서 피땀 흘리시며 그 장엄하고도 엄숙한, 효험있는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이 완전한 기도에 힘입어 당신께 청하오니, 당신께서 저를 완전히 당신과 일치시켜 주시고, 당신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 저를 끌어당기시어, 이웃의 구원을 위해서 외적인 일들에 종사해야 할 때마다 그 일부만이 저를 분주하게 해 주시어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 그 일을 완전하게 실행한 후에는 즉시 다시 당신이 계신 제 안으로 완전히 되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마치 폭포수가 장해물을 헤쳐 깊은 수심으로 떨어지게 하듯이 그렇게. 제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유효한 입맞춤으로 저를 당신 품안으로 맞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제 영혼이 지체없이 당신으로 충만해지고 나뉨 없는 곳, 영원 안에서 꽃필 수 있게 해 주시고, 참 하느님으로서 영원에서 영원까지 아버지와 성령과 함께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그곳에 있게 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