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 강론
그분은 그녀 안에, 그녀와 함께 사십니다.
마리아께서 그분을 당신 안에 받아 모셨던 것처럼, 오늘 그분에 의해 하늘로 들어 올림을 받으셨습니다. 그분께서 그녀 안에 존엄한 거처를 마련하셨고, 그곳이 그분의 옥좌가 된 것입니다. 전례 안에서 예수님께서 거룩한 동정녀들과 거룩한 여인들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사부들은 마리아 안에서 “지혜의 옥좌(sedes sapientiae)”가 실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어머니,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하느님의 처소로 선택받으신 마리아
- “나의 선택받은 이여, 어서 나에게로 오시오. 나는 그대 안에 나의 왕좌를 세우려하오.”(시 98). “부르심 받은 사람은 많지만 선택 받은 사람은 적습니다.”(마태 20,16).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뽑아 가까이 하시는 이여! 그는 당신 뜰 안에 머무르리다.”(시 64,5). 당신께서는 또한 그 사람 안에 머무실 것입니다. 당신께서 그들 안에서 다스리시며, 그들 안에 당신 나라의 왕좌를 세우실 것입니다. 마리아는 모든 선택 받은 이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선택받으신 분이며, 주님께서 그분을 선택하셨기 때문에 그녀는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길이길이 그분의 안식처, 그분이 거기에서 지내시기를 그것을 원하셔서 당신 처소로 택하셨기에(시 131,13-14 참조) 이미 이전부터 미리 선택받으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구 개월 동안 그녀의 태중에 거처하셨습니다. 그녀와 함께, 그녀 밑에서 수년을 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녀 안에 거처하실 때, 그녀를 특별한 은사로 감싸주셨습니다. 그녀와 함께 살고 있을 때 그분께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의 거룩한 삶의 방식으로, 그의 신적 말씀의 열망할 가치가 있는 지혜로 품어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분께서 그녀 안에서 그리고 그녀와 함께 무한히 신비로운 방법으로 그를 지복직관의 영화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외적으로 그분은 영광스러운 몸의 형태를 드러내시고, 내적으로는 영광스럽게 하는 말씀의 형태로 자신을 각인시키십니다.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 마리아
오, 마리아님,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다시는 사람들이 너를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이사 62,4). 너는 처녀이기 때문에 자녀를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달리 말해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 그 안에 거처할 것이다.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 정녕 총각이 처녀와 함께 살 것이며, 네 안에 나의 아들이 거처할 것이다. 성경 말씀에서 멀어지지 않게 달리 표현하자면 “네 안에 너의 아들들이 살게 될 것이다.”(이사 62,4-5).
우리 어머니
- 이단자야, 너는 어찌하여 머리를 쳐드느냐? 왜 너는 자비의 신비를 불신앙의 기회로 삼느냐? 그녀는 오직 한 아들만 낳았다. 그가 하늘에서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신 것처럼, 땅에서는 그녀가 그분의 유일한 어머니이시다. 네가 신을 모독하면서 주장하였지만 그녀는 그 후 다른 아들들을 낳지 않았다. 어머니 안에 평생토록 동정을 보존하셨듯이, 그녀의 아들 안에서 가톨릭교회의 일치의 신비가 보존된다. 그녀 홀로 동정녀이시고 어머니이시며, 성부의 유일한 아드님을 낳으신 영예를 누릴 수 있다. 같은 독생 성자를 그분의 신비체의 모든 지체들과 함께 사랑으로 안아주신다. 그녀는 그리스도이신 자신의 아들이 사람들 안에서 모습을 취하시고 받아들이신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시고 그들의 어머니가 되시기를 수치스러워 하지 않으신다.
모든 것을 살게 하시는 생명의 어머니
첫째 하와는 어머니라기보다는 계모였고, 그의 아들들 위에 그들이 채 태어나기도 전에 사형선고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녀는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창세 3,20)라고 불렸으나, 사실 산자들의 살인녀 혹은 죽은 자들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출산(generare)과 함께 죽음도 동반시킵니다(mortem ingenerare). 하와가 그 호칭에 불충실하였기 때문에 마리아께서 그 신비를 채워주셨습니다. 마리아가 원형(forma)인 교회는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고,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어머니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생명의 어머니시고, 그를 통해 모두 사는 것입니다. 자신에게서 생명이 태어나게 하였을 때,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그분에게서 살아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생명을 다시 주셨습니다. 그녀는 유일하게 독생 성자를 출산하셨으나, 우리 모두는 그녀를 통해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다시 살아나게 하는 씨앗(정자)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그 때 이미 그의 몸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히브 7,10). 우리가 태초부터 육체적인 생식행위로 정자를 통해서 이미 아담 안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태초부터 영적인 다시 태어남의 정자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 있었습니다(1코린 15,22).
그리스도인의 어머니
- 신비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되신 어머니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어머니로서 그들에게 온갖 배려와 모성애를 드러내십니다. 그녀는 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속한 아들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모태는 오직 한 번만 잉태하였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사랑의 열매를 맺기를 결코 그만두지 않으십니다. “오, 사랑스런 어머니시여, 당신 태중의 복되신 아기”(루카 1,42)께서 당신을 퍼 올리기에 끝이 없는 사랑의 잉태를 하신 당신을 떠나셨습니다. 비록 그는 한번만 당신에게서 태어나셨으나, 그분은 넘치는 충만함으로 항상 당신 안에 머무르시고, 정결의 닫힌 정원에 그분은 사랑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게 하십니다(아가 4,12). 그는 잠겨있으나 밖으로 넘쳐흐르고 그의 물을 우리는 거리에서 받게 됩니다.
이 사랑의 원천이 교회에 속할지라도, 외부사람에게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을지라도 그는 그분의 선하심을 원수들에게까지 나누어줄 수 있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종(바오로)이 그리스도께서 신도들 안에 모습을 형성할 때까지 근심걱정과 깊은 연민으로 그의 자녀들을 출산하기를 원했다면(창세 4,19), 그리스도의 어머니께서는 그것을 얼마나 더 원하시겠습니까! 바오로 역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진리의 말씀을 선포함으로써 그의 자녀들을 출산하였다면, 마리아께서는 말씀 자체를 낳으셨으니 그것은 더 신적이고 더 거룩합니다. 나는 물론 바오로의 선포의 봉사를 칭송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마리아 안에서 출산의 신비를 경탄하고 존경합니다.
우리 피난처
- 그러나 보십시오. 자녀들도 그들의 어머니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믿음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사랑에로 가까이 데려다 주고, 어려움과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듯이 그의 이름을 부르게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예언자가 아들들이 그녀 안에 살리라고 말한 것이 부적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예언이 주로 교회를 두고 한 말이라고 거리낌 없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진실로 지극히 높으신 어머니의 보호 아래 살며, 그의 피난처(시편 90,1), 그의 날개 그늘 아래(시편 16,8) 삽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그의 품 안에 안기게 됩니다. 그 때 모든 이들은 한 목소리로 어머니의 기쁨에 맞추어 환호하며 외칠 것입니다. “당신 안에 머무는 우리 모두는 기쁨에 넘치나이다.”(시편 86,7).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시여! 마리아의 품에 안기는 것보다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는 것이 더 복되다고 믿지 마십시오(루카 16,23). 영광의 임금님께서 마리아의 모태에 그의 왕좌를 세우셨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옥좌
- “나의 선택받은 이여, 어서 오십시오. 당신 안에 나의 왕좌를 세우리다.” 하느님의 왕좌로 불리는 것보다 그녀의 영예를 더 확실하고 더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존엄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녀 안에 지극한 친밀감으로, 충만함으로, 그녀 안에 특별한 방법으로 당신의 거처를 마련하시기를 원하셨지만 다른 영혼과의 공동생활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당신을 따르기 위해 가난하게 된 당신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게 될 것이다.”(마태 19,28). 다른 곳에서는 또 하늘에서 심판관이 경주하는 우리를 지켜보고 격려를 보내며 이와 같은 약속을 합니다. “승리하는 사람은 내가 승리한 뒤에 내 아버지의 어좌에 그분과 함께 앉은 것처럼, 내 어좌에 나와 함께 앉게 해 주겠다.”(묵시 3,21).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훨씬 더 큰 공적을 이루셨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보상을 약속하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당신 안에 저의 옥좌를 세울 것입니다.” 당신이 심판관 옆에 자리를 차지함은 당신에게 너무도 약소합니다. 당신 자신이 저의 옥좌가 되어 주십시오. 당신께서 보다 복되고, 보다 친밀한 주권자의 제왕을 당신 안에 모셔야 합니다! 당신은 불가해한 분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더 잘 포옹하셨습니다. 그분을 어린아이로 당신 태 안에 모셨으며, 측량할 길 없는 분을 당신 영 안에 모시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순례자의 숙소이셨고, 군주의 궁궐이 되실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싸우러 온 사람들의 장막이 되셨고, 천상에서는 승리자의 옥좌가 되실 것입니다. 당신은 인간이 되신 신랑의 신방이셨고, 왕관을 쓰신 임금님의 옥좌가 되실 것입니다.
덕으로 충만하심
- 오,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당신의 육화하심을 위해 찾아오시고 강복하신 당신의 처소에,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전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그녀 안에서 불순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녀 안에는 탐욕이란 없고 오히려 가장 순수한 정결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너짐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녀에게는 교만이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심원한 겸손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 안에 어둠이 없습니다. 불신이 모두 배제되었기 때문입니다. 협소함도 전혀 없습니다. 그녀 안에 사랑이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지혜로운 동정녀는 그녀의 아늑한 방을 신방으로 꾸몄습니다. 당신을 단지 손님으로 모시지 않고, 그녀는 임금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신 당신을 신랑으로 모시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온갖 장식과 덕의 장려한 것으로 신방을 꾸몄다고 저는 말씀드립니다. 어쩌면 그녀가 가난했기 때문에 더욱 부유할 수 있었고, 내적일수록 더 안전하고 진실하게 장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화사하게 꾸민 장식품들에 대해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껏 화사하게 꾸민 임금님 딸이 금실로 수놓은 옷에 싸여 안으로 드는구나. 오색 옷으로 단장하여 임금님께 인도 되는구나”(시 44,14-15 참조). 다른 곳에서 “사랑 받는 순결한 덕스러운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지혜 4,1 참조). 당신의 집에는 이러한 거룩함과 이런 아름다움이 어울립니다. 이 아름다움이 당신을 모시라고 초대하였고, 다시 오시라고 재촉하였습니다. 당신의 입실은 축복의 은총을 많게 하셨고, 다시 오셔서는 그것을 더욱더 과분하게 주셨습니다. 당신이 입실하실 때 당신은 그녀 안에서 사람으로 태어나셨고(시 86,5 참조), 다시 오셔서는 하느님으로 그녀 안에서 영광 받으셨습니다. 그 때 당신께서는 그녀 안에 은총의 신성한 성전을 건립하셨고, 이제는 영광의 옥좌를 세우셨습니다.
천사와 인간들 위에 드높이 들어 올리심
- 사실 다른 것들도 옥좌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믿듯이 그들은 신적 영들이며 천사들의 다른 서열보다도 군림하시는 하느님의 위엄으로 더 가득합니다. 성서는 이들의 순위(順位)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지만 그런 순위가 있음은 암시합니다. 의로운 영혼을 지혜의 집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현재 지혜의 집이 된다면, 분명히 언젠가는 영광의 집이 될게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천상 궁정에는 자리와 옥좌가 많을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에 그들의 공적에 따라서 각자에게 알맞게 옥좌를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옥좌들에 불의를 행하거나 질투하는 일없이 다른 어떤 영예로운 것보다 훨씬 더 높이 솟아오른 임금님의 특별한 어좌(아가 6,1)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천사들의 합창단 위에 드높이 계시는 마리아이십니다. 어머니께서는 당신 자신을 보기보다는 오로지 아드님만을 보시며, 여왕님은 자기 자신을 감탄하기보다는 임금님을, 우리의 중재자는 자신을 공경하지 않고 오로지 중재자이신 분을 공경합니다. 그분께서 그녀의 전구로 우리를 그분과 화해하도록 도와주시고, 그분께 위탁해 주시고, 그분 앞에 설 수 있게 해주시기를. 그분의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영예와 영광이 영원히 있을지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