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4년 4월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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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힘, 생명 보이시나요?

 

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 석 창우 화백의 그림과의 첫 대면, 설명이 필요없이 그대로 마음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힘, 생명이라는 말이 이렇게 찰떡같이 붙는 그림, 만나기 쉽지 않지요. 이 화백의 모든 그림은 의자에 앉은 사람을 묘사한 것마저도 날아오를 듯 합니다. 이 힘, 이 생명력! 저기 저쪽에 있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힘참이 아니라, 내 안에까지 들어와 나에게 말을 거는 생명력입니다. 자신 안에 갇힌 자기만족의 힘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열린 힘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분이 두 팔이 없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놀라움 그리고 잠시 후 “그래 그렇구나! 삶의 여정이 그대로 휘몰아쳐, 가야 할 마지막 지점 그곳, 그분, 사랑의 하느님을 만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지요.
22,000볼트 전기감염으로 12번 수술 후 두 팔을 잃게 되었을 때 이분의 아내는 “이렇게 되었으니 살림은 내게 맡기고 당신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가 4살 된 아들이 팔 없는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었다나요. 아빠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이것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는 마음에 들어오는 화가가 있으면 우선 그분의 삶부터 살펴봅니다. 그러면 그림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내가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말을 걸어옵니다.
아내와 아들, 가족 서로간의 사랑을 통해 이분은 이전과는 다른 새생명을 얻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팔보다 더한 참생명, 부활의 생명, 사랑의 생명은 죽음도 상처도 장애도 결코 눌러 없앨 수가 없습니다. 이분의 삶 자체가 이 부활의 생명, 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림은 이 생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분과 가족의 삶은 이 뛰어난 그림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부활한 예수님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자신 안에서 빛과 힘, 생명을 발하십니다.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