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5년 8월의 말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그림 이전까지 풍경화는 미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그림 이후에야 풍경화는 미술의 한 분야가 된 것이지요. 여기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어떤 것이 있었음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 그림의 매력 속으로, 8월 더위 그림의 그늘 속으로 한 번 들어가봅시다. 그 이전 플랑드르 화가들이 풍경화를 그리긴 했으나 그저 미술계의 저 밖에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풍경은 그림의 뒷배경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 존 컨스터블은 그림과 같은 시골의 풍경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의 그림 속 풍경들은 시골 어디서나 만날 것 같은 평범함과 정겨움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전 플랑드르 화파에서 풍경화를 많이 그리긴 하였으나 어딘지 과장되고 기교가 잔뜩 들어간 그림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은 투박하고 자연스러우며 가식이 없어 보고 있으면 편안해집니다. 풍경화라면 소재가 되는 경치가 중요할 터인데 그는 그림의 소재로 특별한 명소를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자신의 고향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나 사람의 마음을 끄는 점이 있는 곳을 소재로 택합니다. 그리고 그림 속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등 그의 시선을 비켜가는 대상이 없을 정도로 그 장면에 나오는 모든 것에 깊은 애정을 담아 그러면서도 기교를 입히거나 과장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데 온힘을 쏟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가 습지의 축축함,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함이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그는 또한 한낮 시골의 적막함만으로 정지된 화면으로 끝내지 않고 강아지 한 마리를 통해 움직임을 끌어내며, 여기에 더해 그림 한복판에, 건초를 다 내려놓고 돌아가는 마차가 고요한 움직임을 빚어냅니다. 풍경 속 빈 마차 위 두 사람은 상당히 작게 그려져 있지만, 그 작음 속에서도 두 농부의 동작이 평화로움을 빚는데 한 역할을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삼매경 속에 빠져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평범함 속 뛰어남”이라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할 수 있습니다. 굉장한 것 하나 없이도 명화 그것도 그림 역사 속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나온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인 듯 합니다. 이런 평범함의 아름다움 속에는 그의 치밀한 과학적 연구가 한몫을 하는데, 컨스터블을 유명하게 한 구름 묘사에서 특히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합니다.

방금 말했듯이 구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과 같습니다. 그는 영국 사람이요, 영국이라면 날씨 고약하기로 유명하지요. 푸르고 쨍한 하늘은 만나기 힘든 현상인 그런 나라에 살면서 그는 구름을 주인공으로 삼은 “구름 습작”을 많이 남겼고, 모든 그림에서 구름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여 각양각색의 구름이 등장합니다. 그는 구름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하였고, 마치 기상학자처럼 캔버스에 스케치한 날짜, 위치, 날씨, 자연광, 구름 상태 등을 기록했다고 하니, 그의 구름 그림은 단순히 경치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배경이 아니라 바로 그 날 풍경의 있는 그대로의 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마치 구름이 중심인 듯 오른쪽 화면 두둥실 떠오르는 뭉게구름과 뒤따라 오는 먹구름은 실제 구름인 양 입체적이고 선명하여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몰고올 듯 생생합니다.

당시 유명화가였던 들라크루아는 이 무명화가 컨스터블의 건초마차 속 구름을 본 후 감명을 받아 “키오스의 섬의 학살”이라는 그의 그림의 배경을 바꾸었다 합니다. 이런 감명을 주는 그림을 그리기까지 그는 부유했던 부친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당시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풍경화는 촌스럽고 미완성작 같다는 혹평을 받았으며 여러 해 동안 경제적으로도 궁핍하였으나 그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는 “현대 풍경화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의 그림 속 보이는 진실성은 그의 삶에도 그대로 묻어나 보는 이의 마음 속 고요한 평화를 빚어줍니다.

John Constable 건초마차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