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1월의 말씀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하

느님을 찾는 인간의 간절함은 결코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한다.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살 수 없다.”(탈출 33,20)는 엄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편의 시인들과 예언자들은 두려움에 가득한 공경심으로 끈질기게 그분을 찾고 부르며 뵙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욥 19,25-27).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언제나 가서 뵈올 수 있겠습니까”(시편 42,2-3).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이사 26,9). “그날과 그때에 그들은 울며 돌아와서 주 그들의 하느님을 찾으리라.”(예레 50,4). 성경은 온통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그리운 갈증과 인간을 부르시고 찾으시는 하느님의 충만한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치 한 마리 짐승처럼 하느님을 갈망하던 인간은 마침내 고백합니다. “제 몸과 제 마음이 스러질지라도 제 마음의 반석, 제 몫은 영원히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있음이 저에게는 좋습니다. 저는 주 하느님을 제 피신처로 삼아 당신의 모든 업적을 알리렵니다.”(시편 73,26-28).

하느님의 그리운 충만은 하늘을 찢고 우리에게 내려 오셨습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탈출 20,2-3). 시나이산에서 말씀이 내릴 때, 백성은 멀찍이 서 있었고, 모세는 하느님께서 계시는 먹구름 쪽으로 가까이 갔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아직 이르지 않았지만, 광야의 백성들은 타오르는 불과 같은 주님의 영광을 보았으며, 이렛날 주님께서 구름 가운데에서 모세를 부르실 때 구름을 뚫고 산을 오르는 그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가까이에서 하느님의 돌보심을 느꼈고, 모세를 통해 “말씀”을 들었던 그들에게 광야의 체험은 가슴 결 깊이 또렷하게 새겨진 지울 수 없는 기억이지요. “주님, 누가 당신 천막에 머물 수 있습니까? 누가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아, 누가 당신 머무시는 산에 오를 수 있으랴?”

결핍을 초래하는 넘치는 탐욕 때문에 목마르고, 배고프고,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군중들이 우리 주님께로 모여듭니다. 빛이 거부된 절망의 감옥에 매몰되지 않고 일어나 예수님을 따릅니다. 그 군중을 보시고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계신 산으로 오르십니다. 그 산에서 홀로 아버지와 함께, 새벽이어도 한밤중이어도 기도하셨지요. 아버지의 법이 늘 마음에 있어 걸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시편 37,31 참조). 제자들이 다가오자 산으로 오르신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당신 자신을 펼쳐 보이십니다(마태 5,1 이하 참조). 시나이산 위에서 모세에게 당신을 드러내실 때 백성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요. 그러나 오늘 이 산에는 주님께서 군중과 제자들과 가까이 계십니다. 얼굴을 보여 주십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십니다. 자리에 앉으시어 말씀하십니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슬프다. 내 마음이 가난하고 온유하다. 나는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다. 나는 ……” 하늘이 열리는 듯, 군중은 경탄하고 놀랍니다. 이 거부할 수 없는 떨림, 기쁨, 평화, 부요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말씀은 계속됩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너희는 하느님을 볼 것이다.”

물이 얼굴을 비추듯 사람의 깨끗한 마음은 그 사람을 비추고, 그 마음이 품고 있는 얼굴도 드러냅니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그러나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요한 12,8). 그러면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 주시는 당신께서는 어디에, 누구와 함께 계시나요. 오직 돌봄만을 필요로 하는 아기로 누워 계십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졌다.”(이사 53,4). 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고통의 현장에 계십니다.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고, 삶의 여정을 계속할 수 없는 황량한 곳에 이미 먼저 빛으로 와 계십니다. 마음이 깨끗해진다는 것은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과 세상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위를 보며 응답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시작이겠지요. 주님께로, 주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마음을 열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 마음에 온유한 주님의 법이 새겨지리니, 이제 큰 사랑을 드러내리라.”

Gherarducci, Don Silvestro dei / 천주의 모친(1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