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0년 7월의 말씀

나의 신부여,
나의 정원으로 내가 왔소.

직 어두울 때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요한 20,11-18). 그녀의 시공간은 한 처음 하느님 창조의 말씀을 기다리는 혼돈의 땅과 같습니다. 제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열린 무덤이 있는 텅 빈 어둠의 정원, 그녀의 눈물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한 소리가 들립니다. “왜 우느냐?” “저의 주님을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뒤를 향하여 돌아섰습니다. “뒤”는 바로 “제자의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실 때 베드로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 반박했지요. 이때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마르 8,33) 하시며 꾸짖었습니다. “베드로! 제 위치! 내 뒤로 가라.”는 말씀이셨지요. 마리아는 거듭 돌아서며(14절,16절) 사도의 사도로 탈바꿈합니다. “주님께서는 동산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시어 사도들 앞에서 사도 직무의 영예를 주시고 새로운 삶의 기쁜 소식을 세상 끝까지 전하게 하셨나이다.”(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감사송).

부활하신 우리 주님께서 가장 먼저 보신 것은 마리아의 눈물이고 가장 먼저 들으신 것은 당신을 찾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이 눈물과 소리는 우리를 그리워하시고 찾으시는 당신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세상의 얼굴”을 보시고 이름을 부르십니다. “마리아야!” Marim(마리암)입니다. 그녀의 주체성을 빼앗고 공동체로부터 소외시켰던 “일곱 마귀”에게서 완전히 해방되고 치유되는 순간입니다. “일곱 마귀가 들렸던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오직 하느님만이 주신 자신의 참된 신원을 부활하신 우리 주님에게서 되돌려 받았습니다. 주님의 목소리에 응답한 은총입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 ‘마리암’, 예언자이며 아론의 누이인 미르얌은 손북을 들고 춤을 추며 하느님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여자들이 모두 그 뒤를 따랐습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탈출15,19-21).

태어난 어느 시점의 장소를 ‘고향’이라고 한다면 마리아의 고향은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용서받은 죄인이 쏟아내는 사랑 가득한 통곡의 울음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찾느냐?” 가슴에 인장처럼 새겨진 예수님을 찾고자 하는 열렬한 사랑은 거침없이 격렬하게 타올라 아침 노을처럼 붉게 번집니다. 빈 무덤이 있는 정원에 새로운 생명 나무가 우뚝 높이 서고,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고향 “에덴”이 회복됩니다. 그녀는 에덴의 참 주인이시며 정원지기이신 그분을 봅니다. 되살리시고 가꾸시고 꾸미시는 분.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나의 정원으로 내가 왔소.”(아가 5,1). “제가 정원지기 주님을 뵈었습니다.” 찰랑찰랑 넘쳐흐르는 동녘의 햇살을 앞질러 증언의 노래가 달려옵니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무덤, 부활하신 그분의 영광 나는 보았네. 옛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네.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다그치네.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에 넘치고 우리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니 주님께서는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계시고 넋이 짓밟힌 이들을 구원해 주시네.”

알브레이트 뒤러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그리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