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8년 1월의 말씀

복되어라,

복을 짓는 사람들!

 

“새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고 좋은 말을 건네며 복을 빌어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쩌면 여전히 아프고, 힘들고, 버겁고, 먹먹하고, 억울하며 당혹스러운 일이 있을지라도 새해 아침은 우리 모두에게 전혀 새롭고 설레는 시간이 열리는 문이기를 바랍니다. 웃음과 울음, 가난과 부요, 상실과 연대 그 모든 것에서 희망이 꿈틀거리고 평화가 흐르며 주님 사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처음, 하느님께서는 친히 당신 손으로 빚으시어 창조하신 인간에게 선하시고 아름다우신 당신 얼굴을 보여주시며 복을 내리셨습니다. “번성하여라.” 아담에게, 아브라함에게, 이웃에게, 이방인에게도 당신 얼굴을 보여주시며 축복하셨습니다. 바라보시면서 좋아하신 그 얼굴은 찾고 돌아가야 할 그리움의 고향처럼 우리 안에 새겨져 있습니다. “생명의 땅에서 주님의 복을 누리고픈” 시편 예언자도 바로 그 주님 얼굴 뵙기를 간절히 열망하였습니다. “하느님,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어지신 그 얼굴을 우리에게 돌이키소서.”

주님께서는 한결같이 그러나 늘 새롭게 “땅을 찾아오시어 풍요롭게 하시고 새싹들에게 강복하시며 당신 선하심으로 한해를” 꾸미십니다. 당신 백성인 우리의 고난을 보시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며 고통을 함께 느끼시고 아파하시며 우리 모두를 해방과 자유, 치유와 구원의 길로 이끄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시는 바로 그 하느님께서 우리 일상 한가운데 오시어 함께 숨쉬며 살고 계십니다.

축복은 “좋은 말”이고 얼굴을 통하여 전해지는 선물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접촉하는 것들은 우리 삶의 자리에서 마치 주인인양 이렇게 저렇게 우리를 끌고 다닙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서 보여지고, 나에게서 나가는 행동, 말, 몸짓, 얼굴 표정은 나의 자리뿐만 아니라 너와 우리 자리의 질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를 기울여, 믿는 이라면 당연하게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붙드는 심정으로 사랑과 생명, 축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들이 바로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이고 우리의 주인은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는 손을 드시어 제자들을 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축복하시는 우리 주님의 두 손과 말씀은 하늘을 품은 지붕이 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여라.” 제자들은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늘로 오르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당신 친밀함을 선물로 나누어 주십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빛을 비추고, 복을 빌어 주고, 활기를 불어넣고, 일으켜 세우고, 치유하고, 해방시키는 이 사명으로 날인된 이들, 심지어 낙인찍힌 이들”(복음의 기쁨 273항)입니다.

표지그림 : 시토회 창립자 이콘(프레스코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