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단풍 들었네

 

홀로 단풍 들었네

 

너설 바위 아래 둥지 튼 산벚
태풍에도 작열하는 태양도 비켜가니
흐뭇하기 한량 없었지요
온 세상 다 얻은 듯
늘 여유롭고
가파르게 매달린 이웃나무들
가엾기만 하더랍니다

작열하는 여름 땡볕 아래
푸른 잎사귀조차
현기증으로 빙빙 도는 날
노랑, 주홍
갑자기 단풍든 산벚
당황할 새도 없이
장맛비 잎새들 낚아채자
저 홀로 벌거벗은 부끄럼에
하얗게 질린 산벚

늘 시원한 바위 그늘
여름을 낚아챈 그늘 덕에
홀로 단풍든 산벚
가을인 줄 착각의 황홀 속에
스스로 물줄기 차단하고
제 색깔 드러내고 말았다네

너설바위 틈새
반쯤 거꾸로 매달려
늘 곤궁한 난쟁이 소나무
작은 손 내밀어
산벚 붉은 얼굴 살며시 덮어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