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6년 9월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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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이

(不 異)

시 주변에 서로 참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이 물고 뜯을 만큼 싸우는 경우가 있는지요? 결코 서로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상대방은 비리의 온상인 듯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그런 경우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시간을 두고 두 사람을 한 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큰 공부를 할 좋은 경우이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정치나 경제권의 유명인들 사이에는 우리가 심심할 새를 주지 않고 일어나 지속적으로 지면을 채우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쉽게 하는 말로 싸움은 일방적으로 한 쪽의 잘못만으로는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 똑같다는 것이지요. 싸움에는 분명 공격성, 이권개입, 열등감 이 세 가지 면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만 빠져도 마지막까지 치닿는 싸움으로 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탐욕으로 인해 싸움에 말려들었다가도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 자신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서도 뻔뻔스럽게 자기 옳음을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제력이 있는 사람도 싸움에 말릴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골고루 받으며 복스럽게 자라는 아기가 화가 나면 엄마 아빠마저 물어뜯는 일이 있는데, 우리 안에는 태생적으로 공격성이 잠재하고 있어 어떤 기회가 되면 머리를 내밀곤 합니다. 손에 쥔 것은 결코 놓치지 않으면서 더 좋은 것을 보면 얼른 낚아채는 아기의 탐심은 나이 50-60이 되어도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열등감 없는 사람을 찾아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역사의 바닥까지 다 헤집어도 소용없는 일이란 것은 누구나 잘알고 있지만, 열등감이 건드려질 때 그것을 알아채는 것은 자기닦음을 하지 않고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바닥이 이러하다 보니, 돈을 쌓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이 목적인 세상에서 일단 싸움이 붙으면 저 그림 속 북어대가리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상대의 비리나 잘못을 과장시켜 폭로시키는 것은 물론, 없는 일마저 만들어내어 상대를 사장시켜버리려 합니다. 몸이 느끼는 연민, 측은지심 이런 것은 저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지요.

사실 끝장나는 싸움에서 승자란 없습니다. 나의 비리는 하나도 들키지 않고 상대방만을 아주 웃기는 멍텅구리 쪼다로 만들었다 해도, 그 과정에서 험악해진 마음보는 지옥을 방불케 합니다. 자기 마음 속에 자신이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리지요. 그러면 이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저들의 것일 뿐일까요? 사실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면 어디든 이런 현상은 일어납니다. 내 안의 공격성을 보는 아픈 자기인식, 탐심을 내려놓는 자기수련, 열등감을 인정하는 가난함이 없다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복되다 온유한 이들, 그들은 땅을 차지하리라.”

치켜뜬 눈

앙다문 입으로

물고뜯으며

바라보는 저놈 저놈

저 웃기는 놈

저 미친 놈

저 개떡같은 놈

바로 자신의 모습인 줄

모르는 것은

당사자들뿐

그들에게

몸이 없고

머리만 남은 것은

당연하고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