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자리에서

 

서로의 자리에서

 

희디힌 포말로 부서지는
바다의 아픔

푸른 멍으로 부딪쳐오는
바위의 두려움

늘 부딪쳐도
늘 아픈
원망도, 아픔도, 두려움도
사랑의 다른 이름임을
깨달은
묵묵함 혹은 부서짐

부서져도
늘 푸른 바다
맞아도
늘 같은 바위

밀려올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타인을 치고
물러갈 수 없는 박힌 몸
타인의 뭇매에 몸을 맡기며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희디 흰 포말의
소멸

맞음도 때림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한 길
그 길 위에
함께 서있는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