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4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원전보유와 핵무기가 국가의 가장 큰 방위(防衛)와 에너지원이라고 믿는 우리 시대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 되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와 국민의 생명위협, 그것도 한 세대에 끝나지 않는 지속적인 고통을 유발한다는 핵폭탄 선언과도 같은 경종을 울렸다. 역사상 가장 큰 원전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11배 규모요, 세계에서 기술력이 가장 탁월하다고 불리는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사고! 많은 나라가 이 일에서 배우고 원전이 아닌 안전한 에너지원에로 돌아서는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와 중국 등의 정부는 여기서 배우지 못한다. 이것은 다음 원전사고 대상지가 우리나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환경연합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전임 일본 총리 간 나오토는 원전 이후의 자신의 변화된 마음을, 예언자적인 예리함과 겸손함으로 말한다. 총리직 수행 시 일어난 이 큰 사고에서, 국민을 책임지는 사람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그릇된 원전에너지 중심적 사고가 이 큰 사고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음을 인정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지진 당시 일본에는 54개의 원전이 있었다. 사고 후 지난 1년 반 동안 원전을 단 1기도 가동하지 않았다. 1W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국민 경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절전하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개인이 사용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광열비 0인 주택을 짓고, 조명도 LED를 사용하며, 지붕에 솔라판을 설치하여 에너지가 자급되는 집이 판매되고 있다. 기업들이 위험도가 낮은 화력을 이용한 자가발전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로 전체 전력의 30%를 충당하는 독일은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이며 2050년까지 에너지의 80%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 나라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사용 개발하고, 부족 부분은 멈춤이 쉬운 화력 발전소에서 충당한다. 이러한 기술이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므로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술보유에 있어 후진국이 될 것이다. 17세기까지 인류는 목재 에너지를 사용했으며, 18세기에는 석탄, 19-20세기에는 석유를 사용했다. 원전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 것은 최근 70년 전부터이다. 그 사이에 이루어진 환경파괴는 끔찍할 정도이며 피폭된 인류가족들이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 겪을 고통도 가혹한 것이다.

21세기가 끝날 때는 신재생 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값싸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비롯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간 원전은, 싸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위험성을 간과한 채 꾸준히 독보적 에너지원 자리를 차지해 왔으나 그 사후관리가 10만년에 이른다. 이 처리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싼 에너지원이 아니며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부담은 너무 큰 것이다. 원전은 이미 낡은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원전을 줄여가기 때문에 개발 기술이 점점 뒤떨어져 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미 수소 연료를 이용한 도유타 자동차가 발매되고 있다. 꿈이 아니다. 아직 조금 비싸지만 미래를 여는 자동차가 될 것이다. 이 수소는 풍력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함께 조금씩 절전해가며 신재생에너지 연구에로 방향을 전환할 때이다. 이 신재생 에너지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는 마음 아파하며 아베정부가 원전에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히틀러의 유럽지배를 막기 위한 무기로 미국에서 개발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거친 이 비인도적 살상무기가 에너지원인 원자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과학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히로시마 주민들의 피폭 결과가 철저하게 비공개로 숨겨졌다. 방사능을 맞으면 마치 총을 맞은 듯 DNA 구조가 한 번 흩어졌다가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각종 기형을 유발하고 암이나 백혈병 같은 심각한 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는 정보들이 제대로 주어졌다면 인류 전체가 이 일을 막기 위해 연대했을 것이지만 모든 것은 철저히 숨겨진 채 진행되었다.

일본의 정경구조를 보아도 이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쿄전력과 정치인 간에는 정경유착 관계가 맺어져 있다. 문제는 은퇴한 정치가가 도쿄전력의 간부가 되고, 도쿄전력에서 정치자금을 받는 정치인이 1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언론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 힘은 상상을 능가한다. 히로시마 원전사고 후 도쿄전력측은 아무런 책임자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아인슈타인도 일한 적이 있는 원자력 연구 세계 최고기관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물리 책임자 Hans peter durr는 말한다. “과학적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나를 포함해서 해결할 만한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Helen caldicott 역시 말한다. “5년 내지 15년 사이에 나타날 피폭 숫자는 관동지방의 인구밀도로 생각할 때, 수백만 명에 달할 것입니다.” 미국의 로무 아이트 상원의원 또한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하고 쇼크를 받았다. 위기감이 없다. 도쿄전력이 말하듯이 연료봉 이동에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 지진이 온다면 섬뜩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방사능 양으로 치면 핵발전소 1개의 1000분의 1밖에 안된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폭탄 몇 천개가 터진 것과 비슷한 방사능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핵폭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죽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 문제가 생기면 히로시마 원폭의 5-10만발 정도가 된다.

국립 암센터 암전문의 니시오 마사미치왕의 인터뷰 내용이다. “정부에서 어린이가 1년에 피폭당할 때의 최대 허용선량을 간단하게 20배로 높인 것과 식품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의 허용량 끌어올리기에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기준치를 설정하고 있으니 기준치 이하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아동의 40%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다.”

2013년 7월 18일자 뉴스는 전한다. “최고농도 방사능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유출되고 있다. 시간당 200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이 유출되는데 이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녹아내린 뒤의 방사능 수치와 같다. 1밀리시버트는 성인 기준 1년간 허용된 방사능 한계치이다. 그런데 시간당 2000밀리시버트씩 공기 중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사능 수증기가 단지 거기에만 머물러 있을까?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바다 쪽으로 유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차단했다고 방송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는 상태이다. 영토의 70%가 방사능 피해지역이다. 이것은 세기를 두고 기형생태계와 기형아 속출, 암같은 심각한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시대인이 문제가 아니고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셋슘(방사능) 수치가 높은 수산물이 잡히고 있다. 얼마 전 방사능 기준치 250배가 넘는 물고기가 잡혔다. 정부는 기준치 이하를 설정하고 있지만 이것은 의학적인 안전 기준치가 아니다.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이 체르노빌 방사능 환자의 90%였는데, 이것은 음식을 통해 들어가 내부에서 증식을 하기 때문이다.

행성 탐사의 난제 해결과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 NASA 훈장을 수상한<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1934-1996)이 말하는 핵의 위험성에 관한 논지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핵전쟁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핵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단 한 나라도 빠짐없이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핵전쟁이 미친 짓이라고 알고 있지만 국가는 국가대로 핵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그럴듯한 구실을 갖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음울한 인과의 고리를 보게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독일인들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독일보다 먼저 만들어야 했다. 미국이 갖고 있으니 구 소련도 핵폭탄을 가져야만 했고, 그 다음에는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의 나라들이 가져야 했다. 아마 20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수많은 국가가 핵폭탄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핵폭탄은 만들기 쉽다. 핵분열 물질은 원자로에서 쉽게 훔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핵폭탄 제조 기술은 거의 가내 공업의 범주에 들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블록 버스터block buster라고 불리는 초대형 고성능 폭탄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TNT 폭약 20톤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고성능 폭탄 하나가 대도시의 구역block 하나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모든 도시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이 TNT 200만 톤, 즉 2메가톤이었다고 한다. 이 폭탄들은 1939년과 1945년 사이에 영국의 코버트리, 네델란드의 로테르담, 독일의 드레스덴, 일본의 도쿄 등지의 하늘에서 비오듯 쏟아져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2메가톤이 되려면 초대형 고성능 폭탄이 10만 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2메가톤은 20세기 후반에 개발된 수소 폭탄 하나의 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에는 수만 개의 핵폭탄이 있고 이것들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미국과 구 소련의 전략 핵미사일과 핵폭탄 1만 5000여 개가 상대방의 표적을 항시 겨냥하고 있게 될 것이다. 핵탄두와 핵탄두의 대치. 그러므로 이 행성의 그 어느 곳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이 요술 램프들은 누군가 비비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요괴들이다. 이 가공할 무기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TNT 1만 메가톤을 훨씬 넘는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여섯 해나 지속된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TNT 200만톤이 쓰였는데 미래의 핵전쟁에서는 불과 수 시간 이내에 TNT 100억톤 전부가 집중 파괴에 쓰일 것을 상상해 보라. 지구상에 있는 모든 가족 하나하나에 초대형 고성능 폭탄이 한 개씩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나절 동안 제2차 세계 대전을 1초에 한 번씩 겪어야 하다니.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충격파는 투하 지점에서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한순간에 뭉개 버린다. 핵폭발에 동반되는 불기둥, 감마선 그리고 중성자에 노출되는 즉시 사람의 육체는 내부 속속들이 아주 철저하게 구워진다. 미국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제2차 세계 대전을 끝낼 수 있었다. 이 핵 공격에서 살아남은 한 여학생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해 놓았다.

“지옥의 밑바닥 같은 암흑 속에서 엄마를 부르는 학우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교각 옆에 파놓은 큰 물통 안에는 온몸이 발갛게 구워진 갓난아기를, 한 어머니가 자신의 머리 위로 높이 쳐들고 힘겹게 흐느끼고 있었다. 또 다른 어머니는 화상을 입은 자신의 젖을 아이에게 물리면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물통 안에 있는 학생들은 머리만을 물 위로 내민 채, 두 손을 애원하듯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며 부모를 찾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옆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성한 이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짝 그슬려 곱슬곱슬 뒤말린 흰 머리카락은 온통 재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에 사는 존재가 아니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곧이어 있었던 나가사키의 경우와 다르게 지표에서 멀리 떨어진 고공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낙진의 문제가 비교적 덜했다. 그러나 1954년 3월 1일 마셜 군도 비키니 섬에 있었던 수소 폭탄 시험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파괴력을 나타냈다. 폭발 지점에서 159킬로미터나 떨어진 작은 산호섬 롱애러프도 거대한 방사능 구름으로 덮였다. 그 섬의 주민들은 핵폭발이 서쪽에서 떠오르는 태양 같았다고 증언했다. 폭발한 지 수 시간 후 방사능 낙진이 롱애러프 섬에 눈송이가 내리듯 떨어졌다. 평균 방사능 조사량이 175래드였는데, 이 값은 보통 체격의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치사량의 반이 조금 못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산호섬이 폭발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음식물을 통해 방사능 동위 원소인 스트론튬이 체내에 축적되고 방사능 요오드가 갑상선에 차곡차곡 쌓였다. 어린이의 3분의 2와 어른의 3분의 1에서 갑상선 이상, 성장 장애, 악성 종양 등이 발견되었다. 마셜 군도의 주민들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은 겨우 13킬로톤이었다. TNT 1만3000톤에 해당하는 위력이었다. 비키니 섬 실험에 쓰인 것은 15메가톤급이었다. 전면 핵전쟁, 다시 말해서 수소 폭탄을 이용한 전쟁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면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100만 개가 떨어지는 셈이다. 히로시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TNT 1만 3000톤이 수십만 명을 살해했으니 전면 핵전쟁에서는 1000억의 인명을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20세기 말 세계 인구는 약 50억에 불과하다. 핵폭탄의 충격파, 열폭풍, 방사능의 직접 조사와 낙진이 지구의 모든 사람을 깡그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전면 핵전쟁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진의 위험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스트론튬 90의 90퍼센트가 소멸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96년이다. 세슘 137의 90퍼센트가 소멸하는 데에는 100년 즉 1세기가 필요하다. 요오드 131의 경우에는 한 달이 지나면 90퍼센트가 소멸된다.

핵 공격에서 비록 몇몇 사람이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그들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핵폭발은 지구 상층 대기의 질소와 산소의 결합을 촉진시켜 오존의 상당량을 파괴시킬 것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태양 자외선이 지구 대기로 침투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태양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하는데 피부암은 특히 백인종에게 위험하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구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이다. 하지만 변화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자외선은 곡식의 수확량을 격감시킬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을 죽일 것이다. 미생물의 어느 종이, 어떻게, 어떤 내용의 피해를 우리에게 가져다줄지 현재로써는 알 길이 없다. 미생물의 멸종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생물이 거대한 생태계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생태계 피라미드 맨 위층에서 겨우 아장거릴 줄만 아는 지극히 불안한 존재가 아닌가.

전쟁 상대국끼리 핵공격을 감행하면 자연히 지구 대기에는 먼지의 양이 증가하고 먼지의 증가는 태양 복사의 유입을 차단하여 지표의 온도를 낮춘다. 온도의 변화 폭이 비록 적더라도 이것은 농업 생산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곤충보다 새들이 훨씬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새의 멸종은 곤충의 창궐을 동반하므로 농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될 대혼란이 핵전쟁이 불러 올 재앙의 한 본보기라 하겠다. 괴질과 역병 또한 가공할 재해이다. 괴질성 세균이 지구 전역에 번질 것이다. 인류는 20세기 말로 들어오면서부터 전염병으로 많이 죽지는 않게 되었다. 전염성 세균이 지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세균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핵폭발에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인체의 면역 체계를 온통 흔들어 놓아 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돌연변이의 결과로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과 곤충이 나타나면 핵전쟁의 질곡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라도 신종 미생물과 곤충의 공격에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퇴행성 돌연변이의 연속 속에서 가공할 신인류가 태어날 수도 있다. 돌연변이의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극히 일부는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성격의 문제가 우리를 수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 엄청난 수의 화상환자,시력을 상실하고 지체가 절단된 불구자의 긴 행렬, 각족 질병, 괴이한 전염병, 공기와 물에 오랫동안 만연할 유해성 방사능, 악성 종양에 대한 공포, 사산아의 출산, 장애아의 출생, 적당한 치료법의 부재, 아무런 소득도 없이 자기파괴의 길을 걸어온 문명에 대한 허탈감, 이 모든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감. …… 우리야말로 핵전쟁의 인질이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핵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 인질로 잡힌 우리가 먼저 핵 및 재래식 무기와 전쟁에 대해 연구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정부들을 계몽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의 절대 의무이다.

우리는 지금 “자비의 해”를 보내고 있다. 이 해의 제정 배경이 되는 폴란드의 하녀 출신 성녀 파우스티나 코왈스카 수녀는 이런 신비로운 말을 했다. “폴란드는 큰 죄를 짓고 있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가 거기서 돌아서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다. 끝내 그들이 악한 생활방식에서 돌아서지 않는다면 전쟁의 큰 화를 입게 될 것인데 그 고통은 클 것이다.” 그녀의 사후 1년이 지나자 독일의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했다. 하느님의 의노를 막아서며 전쟁을 막고 있었던 한 의인이 사라진 땅에!

하나의 신비로운 영상을 우리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칼 세이건이 경고하는 이 무서운 위협 앞에, 우리는 각자가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큰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불러들이는 “선한 생활과 기도와 희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여린 씨앗이다. 그것이 하느님의 전능 앞에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로 나설 것이다. 그러한 전면적이고 보다 고통스럽고 내적인 돌아섬 후에, 거대한 탈핵 연합을 구축하고 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전자(前者)가 무기력해 보이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전제될 때에만 하느님의 자비로 승리가 가능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제안이 비현실적이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거절당할 때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 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전 지구적으로 비현실적이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제안 즉 “먼저 선한 생활과 자비를 청하는 작은 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며, 고요히 손에서 손으로 작은 내면의 촛불을 건네며, 세상 곳곳을 밝혀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