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2

 
 

큰오색딱따구리

 

산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측정하는 지표종(指標種 indicator species)인 큰오색딱따구리가 우리 산에 산다. 만세!
생명과학과에서 강의하며 우리 땅의 생명을 아름답게 지키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김성호 교수의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사진과 글을 읽은 뒤였으므로, 그 애를 만날 날 나는 기뻐 뛰었다. ‘반갑다, 정말 반갑다. 이름을 알고 있는데다 네가 얼마나 숭고하게 아기를 키우는지를 책에서 보았기 때문에 너를 무척 존경하고 있었어.’ 크기가 앙증맞은 쇠딱따구리, 드러밍 속도가 엄청난 -1초에 20번 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니 가히 신기(神技)에 가까운지고- 청딱따구리도 우리 산에는 있다. 先人들이 탁목조(啄木鳥)라고도 불렀던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 집을 지으나, 결코 싱싱한 나무의 생명을 해하지 않는다. 나무는 기꺼이 그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새는 고마운 마음으로 둥지를 쪼며 나눔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동의 집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 건강한 숲에서만 만날 수 있는 큰오색딱따구리의 개체수가 현격하게 줄고 있다. 그 원인을 분석한 김성호 교수의 글을 읽어보자.

 
“새끼를 키우기 위해 가져오는 먹이를 분석해보면 근래 큰오색딱따구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적잖게 설렜습니다. 특별한 먹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딱정벌레 애벌레에 대한 의존도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수컷이 가져오는 먹이의 98퍼센트가 딱정벌레 애벌레이며, 암컷의 경우는 92퍼센트에 이릅니다. 결국 먹이의 95퍼센트 정도가 딱정벌레 애벌레입니다. 딱정벌레 애벌레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습니다. 딱정벌레 애벌레가 서식하는 곳은 건강하고 오래된 숲입니다. 오래되고 건강한 숲이 아니라면 딱정벌레 애벌레가 서식할 수 없고, 딱정벌레 애벌레가 없는 곳에서 큰오색딱따구리가 새끼를 키워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큰오색딱따구리의 개체 수가 감소한 것은 오래된 숲이 그만큼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딱정벌레 애벌레에 대한 의존도가 극히 높은 큰오색딱따구리는 점점 사라지는 숲을 등 뒤로 하고 더 안쪽 깊은 숲으로 쫓겨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글 출처 =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이 애들에게 있어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은 일종의 재앙이다. 더 쫓겨가고 더 쫓겨가서 살곳이 없게 되면, 그렇게 많이 멸종해간 다른 모든 동식물과 함께 이 사랑스러운 새도 멸종해 갈 것이다. 그렇게 많은 생물종을 멸종(滅種)시킨 인류가 이 귀여운 한 종(種)의 생물을 멸종시키면서 자신들의 미래는 안전하고 쾌적한 것이라고 노래할 수 있겠는가. 경제적 성장을 무한대로 이루기를 원하면서, “배곯던 시절의 서러움이 무엇인지 너희는 아느냐?”고, 죽어가는 한 종(種)의 생물체에게 훈계할 수 있겠는가? 그들도 인류 공동의 집에서 그들의 한 몫을 누릴 가족이다. 그 가족에게서 집을 빼앗는 것은 언젠가 우리도 우리의 집을 빼앗길 날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은 힘겹게 오르는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날아다니고 싶다면, 이미 비행기가 있지 않은가?
예수께서는 ‘홀로 기도하러 산으로 피해가셨다.’ 라고 성서는 말한다. 예수님은 산으로 피해가셨다. 사람들의 야욕을 피해가신 곳은 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산마저도 인간의 경제성의 야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게 될 프로젝트-케이블카가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