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1

 
 

빈자리 1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구멍 하나 펑 뚫어놓으셨네요

“받아들입니다”

오직 한 마디에

응답하신 님

알몸으로 드린 피앗

온몸 관통하여

빈자리 되었습니다

고요함과 열정이 함께

 
 

고요함과 열정이 함께

 

고요함이

열정을 밀어낸다면

그대 삶은

냉동 식품으로

서서히 자가소화 분해되어가리

열정이

고요함을 삼켜버린다면

그대 삶은

연탄재처럼

한 순간 반짝 빛난 후 소멸되어가리

고요함이 똬리 틀고

열정이 위를 향해 솟아오르는

가운데

한 사람 앉아있네

치솟고 싶은가

 

치솟고 싶은가

 

 

위로 치솟고자 하는 인생

힘차고 멋있고

뭔가 이뤄질 것 같아

모두들 그쪽을 줄서네

앞을 향해 걷는 인생

조금만 나가도 걸림돌 만나

부딪치면 돌고 또 돌다보니

앞이 아니라 곡선을 그리지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인생

줄서는 사람도 별로 없어

한적하다네

위를 향하는 인생

아무리 힘있는 사람일지라도

마지막까지 중력의 힘

거스르지 못하니

어느 날 추락의 불상사

높이 솟아있을수록

상처 치명적이네

앞을 향하는 인생

곡선 그리다보니

이 곡선 저 곡선

서로 만나

거대한 나선 이루고

중력조차 꺾을 수 없는

장대한 흐름으로

앞과 위로 나아가지

기도는 호흡

 
 

기도는 호흡

 
 

호흡만이

마음을 관통하게 하라

고요히

호흡만 느껴보라

움직이지 않으려

용쓰지 말고

움직임이 없음을

즐기라

우주만큼 넓은 평원

열리거든

거기 그대로

그대 마음의 주인 맞이하라

참사랑

 

 

참사랑

 

 

아픔과 기쁨이

꼭 반반

조금도 기울지 않네

그 팽팽함

십자가의 양팔

양팔 찢어지지 않는

아픈 팽팽함

그 중심

한복판

참사랑

하나됨

 

하나됨

 

 

하나됨

그 멍함

그 텅빔

풍선마냥 둥 뜨고도 남겠네

내가 님 속에 있는지

님이 내 속에 있는지

모른 채

뱃속엔 나비 훨훨

머리 속엔 시원한 폭포

마음엔 뜨거운 숯불

 

이별 앞에서

 

이별 앞에서

 

이별은

속 시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별은

가슴 아파도 됩니다

이별은

원망이 살짝 섞여도 용서됩니다

상대방이 아플까봐

내가 더 아프기를 택하는

그런 이별 위에

새벽별 하나 빛나고 있습니다.

두근거림

 

 

두근거림

 

 

님의 두근거림

님의 설레임

우리를 감싸고 돌아

고요히

치유의 강으로 흐릅니다

님의 두근거림 닿는 곳마다

치유의 나무 새순 터지고

님의 설레임의 파동

우리 가슴에 닿으니

생명의 생기

몸에 새살 돋게 합니다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

그윽한 눈빛 함께

님의 목소리

아프고 짓눌리고 찢어진 상처 위로

맴돕니다

님의 두근거림

나의 두근거림

말의 사원

 

 

말의 사원

 

 

言의 寺 = 詩
말이 줄고 줄어
말을 줄이고 줄여
묵언수행하는 스님처럼
사는 것
시의 요람
시보다 더 중요한
말없는 삶
참말의 삶
말없어진
텅빈 고요 가운데
태어난 시
사람의 가슴에
절 하나 세우네

앞뒤에 계신 예수님

 

 

앞뒤에 계신 예수님

 

무덤 앞에서
울고있던 마리아
사랑하는 이 잃고
쪼개져버린 마음

뒤로 돌아서자
그곳에 예수님 서계셨다네
예수님인 줄도 모른 채…

“마리아” 부르는 소리
죽어서도 잊히지 않을 소리
다시 돌아서
예수님 찾았다네

앞에도 계시고
뒤에도 계신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