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주님 것이로다, 땅이며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온 누리와 거기 있는 그 모든 것이.
바다 위에 그 터전을 마련하시고
강물 위에 그 뭍을 굳히셨도다.

주님의 산으로 오를 이 누구인고?
거룩한 그 곳에 서 있을 이 누구인고?
그 손은 깨끗하고 마음 정한 이,
헛군데에 정신을 아니 쓰는 이로다.
이웃에게 거짓으로 맹서 않는 이로다.

주님이 그에게 복을 내리시리라.
구원의 하느님께 갚음을 받으리라.
이런 이야 주님을 찾는 족속
야곱의 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이로다.

성문들아, 너희의 머리를 들라.
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영광의 임금님이 듭시려 하시나니.
“영광의 임금님이 누구이신고?”
“굳세고 능하신 주님이시다.
싸움에 능하신 주님이시다.”

성문들아, 너희의 머리를 들라.
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영광의 임금님이 듭시려 하시나니
“영광의 임금님이 누구이신고?”
“만군의 주님이야말로 영광의 임금이시다.”
( 시편 23(24) )

온 누리가 그의 얼굴을 그리워하는구나

 

온 누리가 그의 얼굴을 그리워하는구나

 

찬양하라 주님을 섬기는 자들아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라
이제부터 영원까지 찬미하라 주의 이름
해 뜨는 데서부터 해 지는 데까지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주님은 만민 위에 드높으시고
그 영광은 하늘 위에 높으시도다
그 누가 우리 주 하느님께 비길쏜가
드높이 앉아계셔 하늘땅을 굽어보시거늘.

없는 이를 티끌에서 일으키시고
가난한 이 거름에서 일으키시어
당신 백성 으뜸들 그 으뜸들과
한 자리에 있게 하시었도다
돌계집도 집안에 살게 하시어
아들 두고 기뻐하는 어미 되게 하셨도다
<시편 112(113)>

발소리 들리는가

 

발소리 들리는가

 

발소리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신부의 집을
향하는
신랑의 소리

물 바람 새소리
뭇소리 가운데
귀를 사로잡는 소리

연인의 소리

빛 얻으리

 

빛 얻으리

 

모든 것이 분명하네
모든 것이 희미하네

희미함 속에서
분명한 것을 바라보고

분명한 것 안에서
희미함을 받아안네

온통 희미한 것뿐이라면
그대의 욕망 진흙탕 속 뒹굴 수 있다네

분명, 쌈박, 헛갈림 없다 좋아할 때
누군가를 내리치고 있을지 모른다네

님을 향한 오롯한 마음으로도
현실의 무게를 다 질 수는 없다네

오직 그대 마음 하나
등불로 켜들고 있다면

희미함 속 헤매이는 발길들
빛 얻으리

홀로 단풍 들었네

 

홀로 단풍 들었네

 

너설 바위 아래 둥지 튼 산벚
태풍에도 작열하는 태양도 비켜가니
흐뭇하기 한량 없었지요
온 세상 다 얻은 듯
늘 여유롭고
가파르게 매달린 이웃나무들
가엾기만 하더랍니다

작열하는 여름 땡볕 아래
푸른 잎사귀조차
현기증으로 빙빙 도는 날
노랑, 주홍
갑자기 단풍든 산벚
당황할 새도 없이
장맛비 잎새들 낚아채자
저 홀로 벌거벗은 부끄럼에
하얗게 질린 산벚

늘 시원한 바위 그늘
여름을 낚아챈 그늘 덕에
홀로 단풍든 산벚
가을인 줄 착각의 황홀 속에
스스로 물줄기 차단하고
제 색깔 드러내고 말았다네

너설바위 틈새
반쯤 거꾸로 매달려
늘 곤궁한 난쟁이 소나무
작은 손 내밀어
산벚 붉은 얼굴 살며시 덮어주네

초가삼간

 

초가삼간

 

마음에 사립문 하나 없어
이런 이 저런 이
맘 내키는 대로 드나들어도
허술한 초가삼간
탐내는 이 없으니
집주인 맘이사
늘 태평이네

애기 똥풀

 

애기 똥풀

 

노랗고 저리 노랗게 피어
빤히 올려다본다
“제가 보이나 봐요
당신 마음 안에
노란색이 있나봐요“
당돌하게 동그란 눈
허락도 없이
내 마음의 뜰로 들어와 버렸다

원래 하나인 것
둘로 가르지 말아요
다시 만날 날 기다리며
노랗게 키워 온
그리움인 걸요
언젠가 흘린
당신의 마음
한 자락 아닌가요?

어머니

 

어머니

 

세상의 가장 깊은 호수
간장독에
잠긴 얼굴
엄마로 떠올라
아이로 비치는 얼굴
자신에게 매몰되는 일 없는
땅 위에
유일한 얼굴
수선화 꽃말
바꿔야겠네

새 사랑

 

새 사랑

 

마음을 감아요
마음을 비워요
그래야 빛이 들어와요

아픈 것, 쓴 것
달콤한 것, 상쾌한 것
모두 모두 지나보내요

마음은 무한정이 아니예요
비워야 다음 것이 들어오거든요
마음은 계속 흐르는 것이예요

사랑도 흘러야
새 사랑이 흘러와요
하느님의 사랑은 늘 새로우니까요.

길 위의 사람

 

길 위의 사람

 

길 위의 사람
목적지가 늘 발 앞에 있는 사람
닿았나 싶으면 또 저만큼 발 앞에
한 번도 목적지 밟아본 적 없는 사람

바라보는 것으로 행복한 사람
바라봄으로 목마름 채워지는 사람
그래도 늘 목마른 사람

얻지 못함 안에서
얻음을 체험하는 사람
얻음과 얻지 못함이
하나가 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