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6월의 말씀

크의 그림은 일견 섬찟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왠지 친숙한 느낌을 주는 기묘한 매력을 뿜습니다. 결코 아름답다 할 수 없는 그의 그림들이 현대인들을 묘하게 잡아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법 합니다. 그의 그림들에는 한결같이 두려움, 공포, 불안이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삶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운 이들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어머니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5월의 말씀

노레 도미에, 이 화가의 일생 이야기만 해도 이번 달 소식지 난은 꽉 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 접하는 것으로 만족할까 합니다. 하나는 그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식이 아주 날카로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초기에 풍자 만화로 유명하여, 왕이 백성을 먹고 배설하는 장면으로 감옥과 정신 병원 유폐까지 당하였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세상 권력의 비뚤어짐과 그로 인해 희생되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4월의 말씀

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분위기도 다르고 고흐 그림 속에서는 가족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먹는 모습인데 반해 리버만은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뿐만 아니라 고흐는 식탁 위에 석유등을 밝히고 있고, 리버만은 실내에는 어떤 조명도 없이 입구 문을 활짝 열어 놓아 그곳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3월의 말씀

기는 분명 아긴데 심통이 단단히 난 채 잠이 들었나봅니다. 볼록한 배가 아기 특유의 모양새를 보여주지만 심통 난 얼굴은 어찌 보면 어른의 얼굴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심통 난 아기만으로 화면을 꽉 채운 그림에서 아기만 환하고 주변은 검게 그려 카라바죠 특유의 빛과 어둠이 유독 두드러지는 그림입니다. 아기에게서 눈을 돌려 화면의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이게 웬일입니까. 힘없이 축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2월의 말씀

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너희에게 강복하겠다.”(탈출 20,24). 주도권을 갖고 계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드리는 곳에는 지체하지 않고 우리 곁으로 오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두렵지만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말씀인지요. 하늘에 계신 분께서 땅에 있는 우리에게 오신답니다. 두렵다는 것은 진노하시고 벌하시는 모습과 함께(시편 18,8-9) 시나이 산의 우렛소리와 번개, 짙은 구름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3년 1월의 말씀

느님을 찾는 인간의 간절함은 결코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한다.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살 수 없다.”(탈출 33,20)는 엄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편의 시인들과 예언자들은 두려움에 가득한 공경심으로 끈질기게 그분을 찾고 부르며 뵙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12월의 말씀

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시어”(룻 1,6 참조 ; 루카7,16) 손을 내밀어 붙들어 주시고, 세우시고, 일으키시고, 돌보시고, 살리십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뵙기 위해 찾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만나시기 위해 참으로 놀랍고도 경탄스러운 방식으로 내려오십니다. 더 낮추어질 수 없는 죄인의 자리, 죽음의 자리에까지 이르시어 인간을 올려다보시며 이름을 부르십니다(루카 19,1-10 참조). “내가 오늘 너와 함께 묵으며 너의 묶인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11월의 말씀

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라고 마음을 정하셨는데 천사들이 이를 알아차렸답니다. 천사들은 인간이 만약 하느님 모습으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다면 자신들을 이기리라는 걱정과 함께 질투심에 사로잡혔지요.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모상”을 훔쳤답니다. 사람이 결코 찾을 수 없는 곳에 감추고자 서로 모여서 대책을 궁리하였지요. 가브리엘 천사는 최고 높은 산봉우리에 감추자고 했고, 미카엘 천사는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10월의 말씀

리의 신앙은 시나이 산에서 주님께 예배를 드리고 약속의 땅을 상속받기 위해 떠나는 긴 여정에 대한 초대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신앙의 빛」). 잃고, 빼앗긴 자유와 해방을 주시기 위해 우리를 이집트 땅에서 건져 내시고자 하실 때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너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면, 너희는 이 산 위에서 하느님을 예배할 것”(탈출 3,12)이라고 하셨습니다. “시나이 산”이 목적이 아니고 “젖과 꿀이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22년 9월의 말씀

느님께서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고 확언하십니다. 구약 성경의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시는 말씀일까요? 이 구절만 따로 떼어 놓으니 선뜻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읽는 짙고 어둡고 무거운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의 시작입니다(이사 52,13-53,12). 여태껏 그런 일은 일어난 바가 없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일을 이사야 예언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