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trappkorea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7년 1월의 말씀

고 배고픈데 누군가 내 손에 쥐어준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은 그림입니다. 자꾸 보고 싶고, 한 명 한 명의 절묘한 표정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저 장면 속에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사촌, 육촌들이 키재기를 하는데, 어른들이 더 신이 났습니다. 아이의 관심, 꿈이 어른의 관심이 되는 사랑과 꿈이 가득한 그림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 모든 가정, […]

온 누리가 그의 얼굴을 그리워하는구나

  온 누리가 그의 얼굴을 그리워하는구나   찬양하라 주님을 섬기는 자들아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라 이제부터 영원까지 찬미하라 주의 이름 해 뜨는 데서부터 해 지는 데까지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주님은 만민 위에 드높으시고 그 영광은 하늘 위에 높으시도다 그 누가 우리 주 하느님께 비길쏜가 드높이 앉아계셔 하늘땅을 굽어보시거늘. 없는 이를 티끌에서 일으키시고 가난한 이 거름에서 일으키시어 […]

발소리 들리는가

  발소리 들리는가   발소리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신부의 집을 향하는 신랑의 소리 물 바람 새소리 뭇소리 가운데 귀를 사로잡는 소리 연인의 소리

빛 얻으리

  빛 얻으리   모든 것이 분명하네 모든 것이 희미하네 희미함 속에서 분명한 것을 바라보고 분명한 것 안에서 희미함을 받아안네 온통 희미한 것뿐이라면 그대의 욕망 진흙탕 속 뒹굴 수 있다네 분명, 쌈박, 헛갈림 없다 좋아할 때 누군가를 내리치고 있을지 모른다네 님을 향한 오롯한 마음으로도 현실의 무게를 다 질 수는 없다네 오직 그대 마음 하나 등불로 […]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6년 12월의 말씀

얀 김이 오르는 양푼이 한복판에 있고 그 주위로 일곱 사람이 그려져 있는 그림입니다만, 시장 전체의 시끌벅적한 느낌이 화면 가득 배어나옵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굳이 시골까지 가지 않더라도 큰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 할머니는 가져온 물건을 다 팔았는지 커다란 바구니 속이 텅 비었고, 국수 한 그릇을 다 먹어 손에 들고있는 그릇은 […]

홀로 단풍 들었네

  홀로 단풍 들었네   너설 바위 아래 둥지 튼 산벚 태풍에도 작열하는 태양도 비켜가니 흐뭇하기 한량 없었지요 온 세상 다 얻은 듯 늘 여유롭고 가파르게 매달린 이웃나무들 가엾기만 하더랍니다 작열하는 여름 땡볕 아래 푸른 잎사귀조차 현기증으로 빙빙 도는 날 노랑, 주홍 갑자기 단풍든 산벚 당황할 새도 없이 장맛비 잎새들 낚아채자 저 홀로 벌거벗은 부끄럼에 […]

초가삼간

  초가삼간   마음에 사립문 하나 없어 이런 이 저런 이 맘 내키는 대로 드나들어도 허술한 초가삼간 탐내는 이 없으니 집주인 맘이사 늘 태평이네

트라피스트에서 보내는 2016년 11월의 말씀

음아,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라고 노래 부르고 싶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너어-허어허 너어-허어-허 너화 넘자 너어-허 만가 소리가 구불구불 배어나옵니다. 삭막한 겨울풍경, 푸른빛을 낼만한 것이라곤 소나무밖에 없는데 그 소나무마저 거의 검푸른 색입니다. 가을걷이 끝난 비탈 밭에는 마른 줄기 하나 남지 않았고, 바싹 마른 풀잎과 대지, 삭막한 바람마저도 멎어버린 초겨울의 풍경이 이상하게도 스산하질 않습니다. 구불거리는 밭길, 활처럼 휜 바닷가, […]

애기 똥풀

  애기 똥풀   노랗고 저리 노랗게 피어 빤히 올려다본다 “제가 보이나 봐요 당신 마음 안에 노란색이 있나봐요“ 당돌하게 동그란 눈 허락도 없이 내 마음의 뜰로 들어와 버렸다 원래 하나인 것 둘로 가르지 말아요 다시 만날 날 기다리며 노랗게 키워 온 그리움인 걸요 언젠가 흘린 당신의 마음 한 자락 아닌가요?

어머니

  어머니   세상의 가장 깊은 호수 간장독에 잠긴 얼굴 엄마로 떠올라 아이로 비치는 얼굴 자신에게 매몰되는 일 없는 땅 위에 유일한 얼굴 수선화 꽃말 바꿔야겠네